[횡설수설/방형남]브레진스키 한국 핵 필요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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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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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새 저서 ‘미국, 그리고 글로벌 파워의 위기’에서 한국의 핵 무장 가능성을 거론했다.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지배하는 유일 강대국 시대에서 중국과 인도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글로벌 파워 시대를 맞고 있다”며 “미국의 쇠퇴는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대신 중국 등 다른 곳에서 핵우산을 찾거나 스스로 핵 무장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핵 비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나온 한국 핵 필요론(論)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2002년 4월 후진타오 중국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자 워싱턴에 “후가 누구냐(Who is Hu)”는 농담이 나돌았다. 후(Hu) 부주석이 그해 11월 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10년간 중국을 이끌 거물인데도 미국은 그를 너무 몰랐다. 13일 시작되는 중국 차기 지도자 시진핑의 방미(訪美)는 10년 사이 미중의 위상 변화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시 부주석을 환대하기 위해 광둥 성장을 지낸 그의 아버지가 32년 전 방미 당시 찍은 사진을 찾아내 선물로 준비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시 부주석이 1985년 방문했던 아이오와 시골마을까지 동행한다. 브레진스키의 한국 핵 필요론은 현실로 다가온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팽창을 반영한 것이어서 단순한 예측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한국에서도 핵 필요론이 제기된 바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했다. 이후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이 “한국이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공식 요구한다면 응할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증폭시켰다. 북핵 폐기 관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위(自衛) 차원에서 핵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가 핵 무장을 추진하면 북핵 포기를 압박할 명분이 사라지지만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브레진스키가 예고한 지구촌의 세력 전이(轉移)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 협력기반을 강화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중국과 협력하되 한미 동맹에 기우는 연미통중(聯美通中),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연미연중(聯美聯中) 가운데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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