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분열·독주·피로 현상에 갇혀버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박 위원장과 문 이사장의 지지율 역전은 처음이다. 일부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도 앞질렀다. ‘안철수 바람’이 다소 주춤해지고 ‘문재인 돌풍’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야권은 안 원장과 문 이사장까지 망라하는 대선후보군을 앞세워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 독주 체제가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박 위원장과 겨루는 여권 대선후보군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피로’ 현상이 길어지면 보수우파 진영 전체의 역동성을 갉아먹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문 이사장의 지지율 약진을 경고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야권의 키워드는 통합이다. 문 이사장을 위시한 친노(親盧)세력이 주축인 ‘혁신과 통합’은 민주통합당 출범을 견인해냈다.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공천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범여권 진영에선 분열의 골이 깊다. 새누리당과 합친 미래희망연대는 친박(親朴)계 위성정당이어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내에선 박 위원장과 껄끄러운 다른 보수우파 세력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당명을 비롯한 옛 한나라당의 흔적을 지우면서 박 위원장 1인 독주 체제가 더 강화되는 상황이다. 19대 총선 공천을 앞둔 상태에서 박 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어제 일부 의원이 당명 변경을 문제 삼겠다고 별렀던 의원총회가 2시간 반 동안 열렸지만 치열한 토론 없이 싱겁게 끝났다.

친박계가 ‘공천학살’이라고 주장하는 2008년 18대 총선 공천심사위원회엔 친박계 몫으로 강창희 전 최고위원이 참여했다. 요식절차였다는 비판도 있지만 비주류 창구를 열어놓은 셈이다. 반면 19대 총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선 비주류로 전락한 친이(親李)계를 대변할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정파의 목소리가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에 공정 공천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박 위원장의 기류를 살피기에 바쁜 폐쇄적 구조가 굳어지면 당내 의사소통의 동맥경화가 나타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분열 독주 피로 현상을 타개하지 못하면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이 대세로 굳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새누리당#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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