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과, 형식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신년 국정연설 말미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국정운영의 방향과 비전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대통령이 ‘주변의 잘못’을 사과한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나,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미흡하고 형식적이라는 느낌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유로 ‘부패’가 첫손에 꼽히게 된 것은 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의 비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큰소리쳤으나 작년 말 사촌처남이 제일저축은행 구명 로비의혹으로 구속됐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의 억대 금품 수수와 비서들의 돈 세탁도 석연치 않다. 핵심 측근이었던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비리 역시 이 대통령이 등잔 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이러다가는 남은 임기에 청와대와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주변에서 또 어떤 대형비리가 터져 나올지 조마조마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전체 6000자가 넘는 국정연설에서 100자도 안 되는 분량으로 두루뭉술하게 ‘송구스러움’를 표명하고 넘어갔다. 기왕 사과를 하려면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단호히 척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진정성을 보여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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