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핵안보회의 홍보대사에 아역배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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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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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정치부 기자
이정은 정치부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내 리셉션홀. 깜찍한 옷차림의 아역배우 진지희 양과 왕석현 군은 정장 차림의 인사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가수 박정현, 배우 장근석 씨와 함께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홍보대사로 선정돼 이날 위촉식에 참석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축사에서 “왜 핵안보정상회의에 가수를 홍보대사로 뽑고 아역배우까지 위촉했는지 의아해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핵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뽑은 것이 다소 뜬금없다는 일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했다.

김 장관은 박 씨의 경우 핵안보정상회의를 알리기 위한 ‘평화의 노래’를 영어와 한국어로 부를 수 있는 가수라고 설명했다. 아역배우들에 대해서는 핵 안보가 미래 세대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두 아역배우도 “세계 어린이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 “세계 평화에 앞장설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여덟 살인 왕 군은 긴장한 듯 중간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상 50여 명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보다 훨씬 큰 국제행사다. 그러나 1년 전 G20 정상회의가 온 국민의 성원 속에 치러졌던 것과는 달리 핵안보정상회의는 거의 무관심 속에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했으면 국회에서 ‘이 회의가 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진행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을 때 외교부 관계자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고 말했겠는가. 홍보대사 위촉은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고민 속에서 나왔다.

핵 안보는 이슈 자체가 생소해 선뜻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 회의가 핵 안보를 논의한다면서도 막상 민감한 핵무기 감축 문제는 의제에서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이제 2회째를 맞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앞으로 계속 개최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핵 안보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다. 북한의 핵개발 위협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아스팔트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만으로도 사람들은 긴장한다. 핵물질 유출이나 핵 테러 같은 문제도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국제행사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왕 군이 말한 ‘세계 평화에 앞장설 기회’는 홍보대사뿐 아니라 개최국 국민에게도 똑같이 주어져 있다.

이정은 정치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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