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식]각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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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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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하여간 뭐든 물어봐. 확신을 갖고 설명해줄 테니. 야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나라 팔아먹는 짓이라고 하는데요. 참 웃기는 사람들이야. 쇠고기 촛불시위 때처럼 과장과 억측, 괴담이 먹히는 건 정부가 신뢰를 잃어서겠지요.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일을 우리가 마무리하는 것뿐이라고. 이익균형이 깨졌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미래 최혜국 대우 등 독소조항이 많다는데요. 그거 다 거짓말인 줄 알지? 노 정부에서 이미 결정된 거야. 우리가 더 양보한 거라곤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을 연장하고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정도야. 그렇군요. 미 의회에서 각하가 연설할 때 기립박수 5회 포함해 45차례나 박수가 나온 게 찜찜하긴 합니다만. 아, 그거야 프렌드 사이니까.

2040세대가 완전히 등 돌렸어요. 우리가 일은 참 잘했는데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아. 경제대통령 기대를 저버려서가 아니고요?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이 정도면 잘한 거지. 외국에서 더 알아준다고.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아무나 하나. 자원외교와 통화스와프도 잘했고. 부자 감세와 대기업 우대 정책도 그래. 재벌 키워서 한국 경제 일으킨 박정희가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늘 1위 하는 것 보라고. 그 딸인 박근혜 의원이 “거시지표보다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용과 복지를 강조하면서. 아, 그건 다음 정권에서 하면 되지. 난 4대강 돌보느라 여력이 없거든.

각하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칭송이 자자합니다. 위장전입, 병역미필,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등의 특기를 두루 갖춘 사람을 족집게처럼 골라 발탁하신다고. 회전문·코드 인사에도 조예가 깊으시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뭐 일만 잘하면 되지. 국민이 500만 표 차이로 뽑아준 것도 그런 뜻 아닌가?

전(前) 정권 관련 인사와 기업에 대한 검찰의 부실한 표적수사가 각하의 반대세력이 결속을 다지는 데 이바지한답니다. 다 죄가 있으니 수사하는 거겠지. 다만 법정에서 자꾸 깨지니 난처하긴 해. 노무현 수사도 청와대가 지휘했다고 퍼뜨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확실한 거짓말이야. 국세청에서 박연차 탈세 조사한 게 계기잖아. 검찰은 넘겨받은 거고. 수사팀이 좀 오버하고 대통령 지낸 사람이 자살하는 바람에 일이 꼬인 거지. 박연차 잡는 데 공을 세웠던 전 국세청장이 해외로 달아났다 2년 만에 들어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별 잘못이 없다고 하네요. 도대체 왜 도피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골치 아픈 검찰 얘긴 그만하자고. 검찰 개혁도 접으려 해. 나도 임기 마치고 나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명진 스님이란 자가 감히 각하를 가리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아주 뻔뻔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어. BBK 사건은 검찰과 특검 수사로 진실이 밝혀졌잖아. 세종시와 신공항 문제는 국익을 생각해 번복한 거고. 대운하도 안 하잖아. 747공약 못 지킨 건 세계 경제위기 탓이고. 공정사회도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잖아.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안철수 현상에 대해 “올 것이 왔다”고 남의 일처럼 말한 거나 내곡동에 아들 이름으로 사저 지으려 했던 걸 보면 뻔뻔스러우신 건 맞는 것 같은데…. 아, 사람이 실수할 때도 있는 거지. 뭐 그런 걸 갖고. 재산환원 약속도 지켰는데.

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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