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연욱]혁신과 통합

동아닷컴 입력 2011-11-09 03:00수정 2011-11-09 05:5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실세 총리’였던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다. 이 전 총리는 9월 초에 공식 발족한 정치단체 ‘혁신과 통합(혁통)’의 상임공동대표 6명 중 한 사람이지만 사실상 ‘몸통’ 역할을 하고 있다. 혁통이 내놓는 야권 통합 플랜이 대부분 선거기획에 능한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 전 총리가 주도하는 혁통은 민주당 밖 친노 세력의 전진기지로 불린다.

▷혁통의 나머지 상임대표도 대부분 친노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의 공인된 핵심 측근이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고, 배우 문성근 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비선(秘線)의 대북 특사를 맡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 정권의 국정운영 실패로 민주당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531만 표 차로 참패했다. 이들이 혁통 결성에 앞서 자신들부터 혁신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혁통은 야권 통합에 있어서 민주당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 주도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까지 끌어들여 판을 키우려 한다. 혁통은 ‘시민이 당원이고 당원이 시민인 정당’ ‘소셜네트워크 정당’ ‘20, 30대 젊은 세대가 주인인 정당’을 혁신적 통합정당의 모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과거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도 단골메뉴로 나온 얘기”라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혁통식 통합이 아니라 민주당이 주도하는 통합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범야권의 파열음도 예상된다.

▷혁통은 ‘뭉치면 이깁니다’라는 구호를 앞세운다. 어떤 비전과 가치를 위한 야권 통합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묻지마 통합’이다. 노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씨는 최근 “혁신, 변화의 문제가 통합 속에 묻히고 있다”며 “이겨야 한다는 명분 하나로 온갖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하면 이 또한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통은 오로지 반(反)이명박을 통합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종북(從北)세력을 포함한 각 정파의 단순 통합은 몰가치(沒價値)의 극치와도 같다. 그래서 야권 일각에서는 “혁통은 정치 시즌을 맞아 ‘떴다방’처럼 등장하는 선거기획사”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주요기사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