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트위터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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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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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IF. ‘Thanks, God. It's Friday(하느님 감사합니다. 금요일입니다)’의 머리글자를 딴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름이 아니다.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의 첫 글자를 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일컫는 신조어(新造語)다. 저술가 맬컴 글래드웰은 튀니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민주화 과정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과장돼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더라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트위터 분석서비스 트윗믹스에서 이달 10∼25일 나경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트위터 언급 횟수를 분석한 결과 각각 53만여 건, 45만여 건이었다. 추세로 보면 트위터보다 페이스북의 성장이 빠른데 선거를 맞아 이슈 전파력과 메시지 유통이 빠른 트위터가 부상한 것이다. 4·27 재·보선에서 주요 후보 관련 트윗이 9만5700개(중복 포함)이었던 데 비해 10·26 재·보선에서는 98만5000개였다. 6개월 사이 트윗 양이 10배로 급증했으니 이번 선거가 ‘트위터 선거’였다고 할 만하다.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연결망은 그 자체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사면 이런 메시지가 뜬다. “당신이 구입한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런 책들도 구입했습니다.” 네트워크는 이런 마케팅에 활용될 뿐 아니라 권력의 변화도 가져온다. 피라미드형 위계사회에서는 권력자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수평형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메시지를 공유한다.

▷동아일보와 SAS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한국인 트위터 가입자(400만 명)의 약 0.094%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된 글의 60%를 올리거나 퍼 날랐다. 네트워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허브(Hub)’라고 한다. 소수의 메시지 생산자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네트워크도 불평등하다’는 명제를 확인시켜 준다. 사람들은 SNS상에서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SNS의 누군가를 따라 물건을 사고 투표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을 좋아해서다. 중요한 것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수단이 아니라 관계다. 기성 정치권이 이런 본질을 놓치고서 SNS를 ‘활용’하겠다는 말을 만날 해봐야 외면받게 돼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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