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전 세계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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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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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동시’ 시대다. 영화에서 전 세계 동시 개봉이 일반화한 가운데 출판에서도 전 세계 동시 출간이 늘고 있다. 어제 시사주간 ‘타임’의 전 편집장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공인 전기 ‘스티브 잡스’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서유럽과 북유럽권 언어를 비롯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언어 외에 카탈루냐어로도 번역됐다. 외국에서 막 나온 책을 번역서로 시차 없이 읽는 것은 우리에게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6권 ‘혼혈 왕자’와 7권(최종권) ‘죽음의 성물’이 영어권 국가(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외에 영어 사용 가능 국가에서도 동시 출간됐지만 한국의 경우 이를 번역한 책은 몇 개월 간격을 두고 나왔다. 이번 ‘스티브 잡스’의 동시 번역 출간은 미국 현지 출판사가 전략적으로 전 세계 동시 출간 기준을 제시하고 마무리되는 원고부터 미리미리 각국 출판사에 넘겨 번역할 시간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년 4월에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시장과 정의’(가제)가 미국과 한국에서 원서와 번역서로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지하 갱도에 갇혔다가 69일 만에 구조된 칠레 광원 33인의 얘기를 담은 책 ‘The 33’은 올 2월 한국을 비롯한 4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다룬 책 ‘위키리크스’도 올 초 11개국에서 일제히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처럼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책이 출간과 동시에 번역돼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 동시 시대를 처음 연 것은 영화다. 영화 제작의 디지털화로 전 세계 동시 개봉이 가능해졌다. 1995년 전적으로 컴퓨터그래픽 기술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영화는 ‘토이 스토리’다. 위성을 통해 디지털 신호를 전송한 최초의 국제 동시 개봉 영화는 2000년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서 상영된 ‘토이 스토리 2’였다. 바로 이 토이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 잡스다. 내년에 나올 ‘아이패드 3’는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잡스에게 디지털은 동시성의 다른 표현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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