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기합’ 주며 룸살롱 접대받은 지식경제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산하기관에서 상습적으로 호화판 접대를 받아온 지식경제부 공무원 12명이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에 적발됐다. 이들은 ‘업무보고를 받겠다’면서 대전의 한국기계연구원과 경북 경주의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직원들을 부른 뒤 룸살롱 등에서 향응을 받았다고 한다. 총리실은 “두 산하기관의 접대 과정에서 모두 성(性)접대가 이뤄진 의혹도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 기강인 관기(官紀) 실종과 도덕성 추락이 도를 넘었다.

산하기관들은 한 번 접대 때마다 몇백만 원을 썼고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불법 탈법을 저질렀다. 기계연구원은 약 1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직원들이 나눠 쓰거나 공무원 향응에 사용했다. 방폐공단은 룸살롱 비용을 식당에서 사용한 것처럼 속여 카드를 결제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봉급을 받는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이 비리에 한통속이 됐다.

상당수 민간기업은 능력 있는 임직원이라도 거래업체와의 관계에서 처신에 문제가 있으면 용서하지 않는다. 하물며 공직자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걸핏하면 룸살롱에 드나든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정부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탈이다. 올해 3월 말 국토해양부의 ‘룸살롱 연찬회’ 파문에 이은 지경부의 ‘룸살롱 업무보고’ 추문은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만약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성매매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인사상 징계는 물론이고 형사 처벌도 병행해 공무원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경영진 월급을 지나치게 많이 주고 있다” “납품단가를 깎아 단기성과를 높이려는 ‘기업 관료’를 해고해야 한다”며 기업에 날선 비판과 함께 ‘기합’을 줬다. 그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이 오르자 “직접 원가를 계산해 보겠다”고도 했다. 이런 문제의식 자체는 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룸살롱 접대를 당연시하는 구악(舊惡) 공무원이 적지 않은 소관 부처의 기강을 바로잡지 못하는 장관이 기업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역대 정권에서는 대통령 임기 막바지로 갈수록 공직 기강이 흐트러지는 일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총리, 장관들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공무원 부패를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 썩은 공복(公僕)이 활개 치는 나라라면 국가 선진화도, 공정사회 구호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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