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명훈]전문 마취제 ‘프로포폴’ 불법 오남용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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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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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훈 고려대 의대 교수 대한마취과학회 홍보이사
공명훈 고려대 의대 교수 대한마취과학회 홍보이사
병원의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전신 마취 약제인 프로포폴을 일반인이 불법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정 직업인이나 유흥업소에서 피로해소제 혹은 수면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를 유통시키는 이들의 일부는 폭력조직이라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프로포폴은 전문 마취제로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구매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다. 수술 현장에서 이 약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집중적인 관리와 감독 아래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이다.

이렇듯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프로포폴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직접적 사인으로 지목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국내에서도 수면내시경이나 일부 성형수술 등 경증 환자의 수술이 증가하면서 프로포폴의 사용이 늘기 시작했다. 일부 무분별한 사람들의 불법 오남용으로 부작용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프로포폴은 의료 현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약물이다. 수술 후 각성도 신속하고 회복 중에도 불편함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약제다. 이런 안전성의 보장은 프로포폴 투여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약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프로포폴을 적절히 사용하면 안전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오남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에 따른 후유증이 유발될 수 있다. 실제로 전신마취 때 프로포폴을 투여한 직후 혈압이나 맥박 감소 등 심혈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뇌압이 감소하면서 뇌에 혈액 공급이 적어져 신경학적 후유증도 유발할 수 있다. 장시간 투여 시에는 간과 근육 손상이 올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심박동과 호흡이 정지돼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환자의 바이탈사인(활력 징후)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면서 환자 곁에서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는 마취 전담 의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론과 경험을 축적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감시와 관리 아래 적절한 용량을 조절하여 사용한다면 이런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이 정확한 감시와 관리 아래 투약했다면 지금도 콘서트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올해 2월부터 프로포폴의 오남용을 근절하고자 정부에서는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철저한 관리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모르핀과 펜타닐 등 전통적인 마약류와 동일하게 엄격한 관리를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흥업소 등지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된다는 것은 프로포폴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구매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비전문가 혹은 일반인이 함부로 사용할 경우 사망이나 뇌사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국가는 마약류로 지정한 만큼 프로포폴이 피로해소제나 수면제, 환각제 등으로 둔갑해 확산되지 않도록 불법 유통망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프로포폴 등 전문의들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약물의 치명적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마취과학회는 앞으로도 프로포폴 같은 위험한 마취제를 일반인이 오남용하지 않도록 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명훈 고려대 의대 교수 대한마취과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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