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창희]“6·25 혈맹,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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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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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 성공이라는 낭보에 감동을 더해주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에티오피아 방문 중에 6·25전쟁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성대한 보은의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정부는 에티오피아 청년들의 한국에서의 직업훈련 지원도 약속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60년 전에는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였고 한국은 극빈국으로서 희망이 없다고 하는 나라였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의 동정을 받던 우리가 이제 선진국의 일원이 되어 옛 전우를 찾아 오래된 은혜를 잊지 않음을 보여준 것은 감격스럽다.

6000명 파병 에티오피아에 보은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때 6000명의 젊은이를 한국에 파병했다. 그중 122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500여 명이 부상당하는 등 우리를 위해 큰 희생을 치렀다. 금화지구 등에서는 미 7사단에 소속돼 혁혁한 전공도 세웠다. 만일 오늘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가 불의의 침략을 받아 국군이 유엔군으로 참전한다면 우리도 선뜻 목숨을 걸고 싸워줄 수 있을까.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은 결코 쉽지 않은 희생을 감수했다.

두 번씩이나 참혹한 세계대전을 경험한 인류는 유엔 헌장에서 침략전쟁을 영구히 추방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국제사회의 염원을 거스른 북한의 침략행위를 응징하기 위해 16개국이 머나먼 이국땅에 병력을 파병했다. 실로 평화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숭고한 정의의 행보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자유를 지킬 수 있었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성공의 모델이 되었다. 오늘의 풍요는 코리아라는 처음 들어 본 외국 땅에서 흘린 이들의 피와 땀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제 압제의 땅 북한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는 아프리카에서 온 전우들의 공헌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국방부 소속 기관 근무 시절 미국의 재향군인회에 해당하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들의 기증품을 수집한다고 하니 빛바랜 사진과 편지들이 연구실에 쇄도했다. 한국에 대한 깊은 애착과 자신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절절한 사연을 읽어가면서 한국과 미국이 혈맹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바 있다. 우리가 한때 잊고 있었지만 에티오피아 역시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력을 다해 도와준 소중한 혈맹이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은 여러분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협회는 60년이 지나서도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했다고 전해진다. 그 순간 생명을 걸고 사선을 넘나들었던 그들의 감회가 어떠했을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해외원조 국력에 걸맞게 확대해야

참전 노병들은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자신들이 한 선택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아직 생존해있는 참전용사들이 한국의 성공을 모두 눈으로 직접 보고 기뻐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후손들에게도 정부의 외국인 초청 장학프로그램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이다. 국군의 유엔 평화유지활동 참여의 범위와 수준도 높여가야 한다. 나아가 개도국 원조의 수준 역시 우리의 국력 규모에 걸맞게 확대해야만 국제사회에서 보은정신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최근 거센 한류의 대성공으로 한국은 소프트파워로서 그 잠재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은혜를 잊지 않는 나라로서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에티오피아 행사는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는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은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어쩌면 우리 문화외교와 공공외교의 힘은 국가 이익의 관점보다 이처럼 순수한 보은정신의 실천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현지에서 들려온 “우리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한마디, 누가 들어도 참으로 가슴 따뜻해지는 말이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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