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노후 책임진 국민연금, 내부 감시 철저히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팀장급 중간간부가 거래 증권사 선정평가를 하면서 평가등급을 58차례나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는 대학 동문이나 공단 퇴직 직원이 임원이나 영업담당자로 일하는 증권사를 밀어주기 위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성(定性) 평가점수를 임의로 고쳤다. 조작된 평가로 등급이 높아진 증권사들은 수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반면 등급이 낮아져 거래가 끊긴 증권사는 불이익을 봤다.

국민연금은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위해 연간 189조 원을 배정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직접 결정하는 위탁운용사나, 주문 체결 및 투자 관련 분석을 맡는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면 거액의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고 업계 위상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증권사나 운용사는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에 나선다. 이번에 감사원에 적발된 사례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일탈이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가입자는 2000만 명에 육박한다. 국민이 노후생활을 위해 맡긴 연금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 자산 규모는 현재 338조 원에 이르고 2020년에는 924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국민연금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임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2009 사회조사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준비 1순위도 국민연금 가입이었다.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임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다른 어느 기관보다 높아야 한다. 공단은 평가등급 조작에 직접 관여하거나 방조한 직원을 엄중 징계하고 증권사와의 유착 과정에서 수뢰나 향응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내부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프랑스 쇼핑몰의 명목 투자수익률이 적정 투자기준보다 낮았는데도 국민연금이 투자를 승인했고, 2009년에는 극동빌딩을 매입하면서 운용사에 주지 않아도 될 수수료 14억여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투자의 적정성’은 단기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감사원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투자 실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는 수익성과 안전성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 최적의 선택을 하려면 국민연금 관리 운용에 사(邪)가 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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