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했다. 조사에 들어가기 전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실에서 20분 정도 차 한잔을 마셨다. 이 부장은 딱딱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1983∼1984년 부산지검에서 시보 생활을 할 때 노무현 변호사를 사건 처리 문제로 만난 일을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 부장은 “마음 편안히 가지시고 조사에 응해주면 고맙겠다. 조사 중에 검사의 신문이 거슬리더라도…”라는 부탁의 말을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을 놓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 전 부장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문 이사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 전 부장이 대단히 건방졌다”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발끈한 이 전 부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을 공손하게 잘 모셨다” “턱도 없는 소리다. 증거 없이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수 있나”라며 당시 수사비화도 일부 공개했다.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의 ‘동지’다. 그의 주장을 객관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문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 전 부장이 수사책임자로서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에 관계없이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자체를 치욕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문 이사장은 작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보유 발언을 한 조현오 경찰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조 청장 발언은)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이번엔 “15시간에 걸쳐 전부 영상으로 녹화된 조사 내용을 다큐멘터리 틀 듯 다 틀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두 사람 주장의 시비를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는 수사기록이 공개되지 않아 답답하다. 검찰은 “기소 없이 내사 종결된 상태에서 수사기록 공개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다. 결국 승부가 나지 않는 평행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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