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50명이 7월부터 시행될 복수노조의 설립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이 주도한 개정안은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와 관련해 상급 단체에 파견된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17개월 전 스스로 만든 법안을 사실상 뒤집는 행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한술 더 떠 노동계와 손잡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노사가 자율결정하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야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양대 노총의 환심을 사기에 바쁘다.
현행 노조법은 노사정 대타협을 거쳐 지난해 1월 개정됐다. 당시 노조법 개정의 핵심은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원칙적 폐지와 복수노조 허용, 교섭창구 단일화다. 복수노조 허용은 시행 날짜를 불과 20일 정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타임오프제는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의 노조법 개악(改惡) 시도는 시행 이후 수용률이 89%에 이르는 타임오프제의 뿌리를 뒤흔드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노조 난립으로 인한 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도입했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교섭창구 단일화는 함께 맞물려 작동하도록 돼 있다. 노동시장 개혁이나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염두에 둔 조항이다. 그러나 여야는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노동시장 개혁 등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세울 때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한다. 환율 자연재해 등 돌발 변수도 그렇지만 정치의 불확실성에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여야가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노조법을 흔든다면 노사현장의 혼란은 극심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측에서 보면 노조가 여러 개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조법의 공황 상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노조법 재개정 운운하지 말고 새 노조법이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연착륙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보완책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야당도 노동계와 연대투쟁에 연연하지 말고 시행 후 보완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