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개발에 사라질 위기 처한 中 상하이 임정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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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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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上海)는 16세기경에야 성(城)을 쌓고 도시 모양을 갖췄다. 그리 역사가 유구한 곳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은 상하이와 그 어느 곳보다도 깊은 관계를 맺었다.

상하이에 우리 민족이 발을 디딘 것은 대략 1870년대로 추정된다. 베이징(北京)에 비하면 인연의 시작은 한참 늦다. 하지만 상하이에는 우리 민족 유적지가 적잖다. 대부분 일제에 나라를 잃은 선조들의 독립투쟁과 관련 있다.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독립투사가 상하이로 왔다. 영국 프랑스 등의 조계(租界)가 있어 일본의 영향에서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구성됐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적통을 물려받았다.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이곳 상하이에서 잉태됐다.

최근 임시정부 청사의 보호문물 유지가 위협받고 있다. 9일 주상하이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임정청사가 있는 루완(盧灣) 구를 황푸(黃浦) 구로 흡수, 합병시켜 신황푸(新黃浦) 구로 만드는 방안을 허가했다. 루완 구의 모든 인력과 조직체제가 황푸 구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한다.

문제는 루완 구 문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아 온 임정청사가 더는 문물로 지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빈민가에서 번화가로 변모하고 있는 황푸 구가 개발에 역점을 두는 만큼 임정청사 보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임정청사 주변은 대규모 개발이 계획돼 있다. 신황푸 구로서는 임정청사의 보존으로 얻을 실익이 거의 없다. 이 때문인지 황푸 구 관계자들은 최근 임정청사 문물 지정과 관련한 한국 총영사관 측의 면담 요청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한중 외교 관계를 볼 때 설마 임정청사를 문물에서 해제해 철거하겠느냐는 낙관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후이(安徽) 성 푸양(阜陽) 시에 있는 한국광복군 제3지대 지휘소 터에는 대형 나이트클럽이 성업 중이다. 또 푸양 시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린취안(臨泉) 현의 광복군 훈련반(훈련소) 터도 자전거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이 미리 관심을 쏟지 않으면 독립운동 유적지는 이처럼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지만 임시정부 청사마저도 이런 식으로 전락한다면 선열에게 씻지 못할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임정청사는 한국인에게는 성지(聖地)다. 중국 당국이 임정청사가 한국인에게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보호에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 또 한국 관계당국의 깊은 관심을 촉구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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