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고미석]오프라의 지혜로운 선택

  • Array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고미석 전문기자
고미석 전문기자
그가 좋아하는 책을 사람들은 따라 읽는다. 그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대중은 표를 몰아주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었다. 이른바 ‘오프라 윈프리 효과’다.

10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지독한 빈곤과 불행을 겪었으나 꺾이지 않았다. 흑인이고 뚱뚱하다는 이중의 굴레에도 사로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최고의 토크쇼 여왕이 되어 25년을 군림했다.

스스로 운명 만든 ‘토크쇼의 여왕’

넘치는 대중의 인기를 한순간에 뒤로한 채 ‘오프라 윈프리 쇼’를 마무리할 때 그는 전 세계 미디어의 주인공이 되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 대중과 매스컴이 그에게 부여한 아이콘이다.

‘인생은 운명이라 하셨지만/인생을 운명으로 그저 그대로 받아들여/그 운명대로 그저 인생을 살아가는 인생이 있고/운명을 만들어서/그 만든 운명을 스스로의 인생으로/그 인생을 살아가는 인생이 있습니다/…/다시 말하면/운명에 인생을 그저 그대로 맡겨/그 운명대로 ‘이것이 내 인생이거니’ 하면서 그저 살아가는 인생이 있고/운명을 꿈으로 더듬어 가면서/그 꿈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며/그 만든 운명을 살아가는 인생이 있습니다’(조병화의 ‘인생은 운명이라 하셨지만’)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정상에서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한 윈프리의 지혜가 돋보인다. 보잘것없는 배경에, 방송인으로 치명적 악조건인 외모와 몸매까지 온갖 약점을 집대성한 그가 통념을 보기 좋게 뒤엎고 미국 방송 사상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는 점이 새삼 흥미롭다. 그의 여정을 더듬어보면 시련과 고통의 암울한 과거를 감추기보다 진솔하게 고백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이든 전과자든 남을 쉽게 심판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힘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한 그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내면의 깊이를 갖추고 삶의 지평도 넓혔다. 누구든 약점과 장점이 있지만 윈프리는 결핍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것 같다.

최근 어느 미국 유학생이 쓴 칼럼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제출한 과제물에 교수가 코멘트를 해주면, 한국 학생은 잘했다는 평가항목보다는 개선해야 할 부분에 더 주목하는데 미국 학생들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부분을 찾아내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것. 그의 말처럼 내가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려면 힘이 많이 들고 능률도 안 오르지만 잘하는 부분에 집중할 때는 재미도 나고 성과도 쉽게 낼 수 있다. 내 약점에 연연하기보다 장점을 찾아내 발전시키면 부족한 나머지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내가 잘하는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남 앞에 드러날 약점을 감추는 데 급급해서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단점 개선보다 장점 살리기로 성공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유안진의 ‘내가 나의 감옥이다’)

장점을 새롭게 보고 격려하는 데도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성을 강조하며 가톨릭의 변혁을 이끌었던 요한 23세는 여유로운 삶을 위한 자신의 노력을 열 가지 계명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계명이 ‘오늘 하루만’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오늘 하루만 정확하게 하루 계획을 세우리라.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계획을 세우리라. 그로써 분주함과 우유부단이라는 두 가지 악에서 보호받게 되리.’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