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유혹의 나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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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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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에 하나 더해 유혹의 나라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파리 특파원을 지낸 일레인 사이올리노 기자는 ‘유혹, 프랑스인이 삶의 게임을 하는 방식’이라는 책에서 유혹을 프랑스의 ‘비공식적 이데올로기’라고 불렀다. 프랑스 여성은 집 앞에 바게트를 사러 갈 때도 옷을 차려입고 나선다. 미국 여성인 사이올리노 기자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08년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을 때 그의 부인은 “정치인은 유혹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넘어갔다.

▷사이올리노 기자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일이다. 그녀가 책의 집필 계획을 설명하자 대통령은 말리면서 “프랑스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미국인을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이올리노 기자는 눈앞에서 대통령이 여자 보좌관의 등 아래 부분을 두 번이나 쓰다듬는 것을 보면서 눈을 비볐다. 프랑스 여자는 남자가 사람들 앞에서 예쁘다는 찬사를 늘어놓거나 휘파람을 불어대도 기분 나빠 하지 않는다. 미국식 페미니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유치장을 나서는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가운데). 뉴욕=AFP 연합뉴스
유치장을 나서는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가운데). 뉴욕=AFP 연합뉴스

▷유혹은 감질나게 하는 노출이다. 프랑스 여성 속옷 디자이너 샹탈 토마는 “미니스커트든 가슴이 파인 블라우스든 하나만 입어야지 둘 다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미국 여성의 감각은 정반대여서 드러낼수록 좋다는 주의다. 학교 체육관의 여학생 탈의실에 가보면 누드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여학생은 벗고 떠들지만 프랑스 여학생은 그렇지 않다. 철학자 베르나르앙리 레비의 부인인 영화배우 아리엘 동발은 “아내는 남편 앞에 옷을 다 벗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관절염이 걸리기 전까지는 배우자 외에 애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프랑스인이다. 욕망이 큰 만큼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유혹의 기술이 발달한다. 미국의 남녀 관계는 효율적인 정복이다. 유혹의 복잡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스트로스칸이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하려고 했다면 유혹에 실패한 것이다. 자유를 존중하는 프랑스인이라면 유혹에 실패했을 때 물러날 줄도 안다. 성폭행은 유혹하지 않고 정복하려는 데서 나온다. 스트로스칸은 프랑스인답지 않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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