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유호열]국방개혁 無力化 시도 배격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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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북한학
유호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북한학
올 3월 7일 국방개혁 307계획이 발표됐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된 국방개혁안에 따르면 단기(2011∼2012년), 중기(2013∼2015년), 장기(2016∼2030년) 20년 동안 13개 항목, 73개 개혁과제를 추진한다. 국방개혁은 안보역량을 강화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 이후에도 주권과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는 필수 과제다. 이번 개혁안은 변화하는 주변 정세와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하는 동시에 천안함 사태 이후 드러난 북한군의 현존하는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개혁안을 놓고 군 안팎, 그리고 국회와 언론에서 비판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개혁의 중점 사항인 합동성 강화를 위한 상부지휘구조 개편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군 구조조정에 관한 부분이다.

합동성 강화는 천안함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군 지휘체제의 혼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전면전뿐 아니라 서해5도와 같은 취약지역에서 기습적이고 돌발적인 도발로도 크게 위협받는다. 따라서 신속한 전투태세와 확고한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사시 대응체제가 구조적으로 구축돼 있어야 한다. 합참에 사실상 합동군사령부의 기능을 부여하고 각 군 본부가 작전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2015년 전작권 전환에도 대비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효율적 군편제 개혁을 위해 장군 정원 감축과 계급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 개혁안은 2020년까지 전체 장성(440명)의 15%를 감축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닌 기능 조정에 따른 합리적 결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장군 정원 감축해 효율적 편제로

국방개혁안에 대한 비판은 개혁 방향과 내용, 그리고 추진 방식에 대한 오해와 왜곡으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 첫째, 군편제상 육해공군, 그리고 해병대로 나뉘어 운영된 군 체제가 합동군 체제로 전환하는 데 따른 조직 간 갈등이다. 각 군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개혁으로 인해 합참 내 육군 중심 구조가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새 편제상 각 군간 이해충돌은 불가피하지만 한반도 안보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각 군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조직 갈등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둘째,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집중적인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적극적인 억제전략을 구현하고 전반적인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을 고려할 때 유사시 독자적인 작전 수행과 효율적인 한미 연합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각 군 총장에게 과도한 권한 이양이라거나 합참의장의 권한 강화로 문민통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은 현실을 외면한,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셋째, 군 장성의 규모를 15% 감축하는 구상은 창군 이래 최초의 직위 감축과 계급 하향 조정이다. 인사적체와 과다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그만큼 군에서도 뼈를 깎는 고통 속에 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합리성과 필요성 못지않게 북한과 대치하고, 전작권 전환을 앞둔 시점에 군 내부의 안정과 사기 진작에 미칠 역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군의 성격과 군인의 명예를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된다. 개혁안에 부분적으로 반영돼 있지만 적극 보완할 필요가 있다. 부사관을 비롯한 우수한 국방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개선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국방개혁안은 세습과도기에 예측이 불가능한 북한군을 상대로 대북 군사억제력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비하면서 선진국방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론수렴과 보완 과정을 거쳐 6월 최종안이 완성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와 군은 더욱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방안보의 특성상 공개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개혁의 시급성도 이해할 만하지만 일방적이고 밀어붙이기식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군 내부의 의견수렴은 성우회를 비롯한 각 군 예비역, 군과 민간전문가들과도 폭넓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하면 국방장관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의견수렴과 막후 절충에 나설 수도 있다.

軍과 정치권 ‘집단 理性’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정파적 입장이나 조직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해선 안 될 것이다. 개혁에 따른 정치적 개인적 불이익을 모면하기 위해 개혁의 허상을 부풀림으로써 물 타기 식으로 개혁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배격해야 한다.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집단따돌림 선동도 경계해야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군과 정치권은 개혁안의 구체화와 법제화에 집단이성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유호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북한학 yooh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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