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이 의사 1000여 명에게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정 제약회사의 의약품을 처방해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가 이들뿐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와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제약회사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지난해 도입됐지만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복제약(카피약) 값을 높게 책정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 우리의 복제약 가격은 신약(오리지널약)의 최대 68%로 일본 33%, 미국 16%보다 훨씬 비싸다. 정부는 신약이 거의 없는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복제약을 빨리 출시할수록 높은 가격을 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약회사들은 연구개발비가 많이 드는 신약을 개발하기보다는 복제약을 빨리 만들어 리베이트 비용을 뿌리며 판매경쟁을 벌이는 쪽을 택하고 있다. 비슷한 품질의 복제약 수백 개가 경쟁하니 의사들의 선택에 따라 제약회사의 수익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비싼 복제약 가격에 리베이트 비용까지 부담하는 측은 결국 환자들이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리베이트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을 연간 2조∼3조 원으로 추정했다. 2009년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 가운데 약제비 비중은 29.6%(11조7000억 원)나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약제비인 17.6%의 두 배 가까이 많다. 2003∼2008년 약제비 증가율은 연평균 13.6%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과다한 약제비는 건강보험 적자의 주요인이다.
의사가 처방전을 쓸 때 특정 제약회사의 약품명을 쓰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는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기 어렵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처방전에 의약품 성분을 기재해 환자들이 약국에 가서 약품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처방권 침해’라는 의사들의 압력 때문에 성분명 처방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어제 출범한 보건의료미래위원회는 건보 재정 위기 등 의료보건 체계를 바로잡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약제비 지출 감소는 이 위원회가 우선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다. 어쩌다 하는 수사로 리베이트 관행을 없앨 수는 없다. 비리 근절의 정답을 잘 아는 복지부의 실행 의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