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의 여야 국회의원 13명이 수도권 기업입지 규제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수도권에 들어설 수 있는 첨단업종을 현행 99개에서 94개로 줄이지만 허용품목은 156개에서 277개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비수도권 의원들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이후 시행규칙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행규칙은 부처에서 정하는 부령(部令)이지만 여야 의원들의 반발로 시행이 보류된 것이다. 2조 원 규모의 여주공장을 증설하려던 KCC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다시 기다려야 할 판이다.
산집법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수질환경보전법과 함께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규제수단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들을 정비해 첨단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 것은 지난 정부의 수도권 규제를 통한 균형발전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도 1980년대부터 수도권 규제를 대폭 없애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국가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균형발전을 강조해 나눠주기 식으로 흐르면 지난 정부의 무더기 혁신도시 추진 때와 같은 부작용이 재연될 수 있다. 첨단 산업의 경우 지방으로 내려가면 우수한 기술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은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숙제다. 대구 충남을 비롯한 자치단체와 지역 상공회의소들은 “지방 공단에 입주해 있는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공장을 증설하면 관련 중소기업들도 연쇄적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경부도 내부 자료에서 ‘시행규칙 개정으로 경기도에 5754개 기업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으로 돈과 인재가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방치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비수도권 주민의 박탈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기술 인력을 확보하느라 공장은 지방에 두더라도 기술연구소는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기업도 많다. 근로자들도 자녀 교육문제 등 때문에 지방 기업을 기피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방에 좋은 학교를 많이 세워야 한다. 정부는 광역경제권 중심의 특성화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큰 틀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