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온라인 축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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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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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eard you slept with Alex. Did you really?(알렉스랑 잤다면서, 정말?)” “lol no(웃기네, 아니야)” LOL은 (I'm) laughing out loud의 축약어. ‘(나는) 크게 소리 내 웃다’는 말로 ‘정말 웃긴다’는 뜻으로 쓰인다. 놀랄 때 OMG란 말도 자주 쓴다. oh! my god의 준말이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최근 휴대전화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채팅에서 많이 쓰이는 온라인 축약어가 다수 포함됐다. FYI(for your information·참고해)도 들어갔다.

▷오늘날 어느 언어권에서나 온라인에서 이런 축약어가 널리 쓰인다. 프랑스에서는 ‘안녕 잘 지내?(bonjour, ¤a va?)’는 ‘bjr, sava?’로 줄여 쓴다. 독일에서는 bgwd라고 하면 ‘(Ich) bin gleich wieder da’를 줄인 말로 ‘금방 돌아올게’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는 고마워(gracias)를 acias로 축약한다. 한국도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다. ‘급질’은 급한 질문의 약자다. ㅋㅋ(키득키득)처럼 글자의 첫 음소만 따서 쓴 말이나 넘(너무)처럼 소리를 줄여 쓴 말도 있다.

▷미국의 회사 보고서에 FYI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10, 20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원이 이런 말을 쓰면 상사에게 비속하다는 느낌을 줘 혼이 났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실 FYI는 1941년부터 메모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OMG는 1912년부터 편지에 등장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고 옥스퍼드 측은 밝혔다. 옥스퍼드가 이번에 받아들인 인터넷 축약어는 모두 머리글자를 딴 약자다. 다른 종류의 축약어, 즉 b4(before, 전에), U(You, 너), thx(thanks, 고마워) 같은 영어의 조어(造語) 구조를 파괴하는 용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온라인 축약어는 쓰는 사람에게 시간을 절약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꼭 빠른 의사소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늘날 많은 부모가 청소년 자녀가 쓴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한글은 머리글자를 딴 약자가 발전하기 힘든 구조다. 많은 온라인 축약어가 국어의 조어 구조를 훼손한다. 국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대에 통용되는 보편성을 가진 축약어가 다수 출현하길 기대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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