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진과 독도는 별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대한 일 문부성의 검정 결과가 이달 말 발표된다. 이와 관련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어제 “일본이 위기상황에서 잘 절제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도 보통 때와는 다른 성숙하고 절제된 자세로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검정을 신청한 교과서 가운데는 국수주의 성향 출판사인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의 책이 포함돼 있어 독도 및 과거사에 관한 왜곡된 내용이 실릴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총리는 일본 측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역사왜곡을 하지 말 것을 완곡하게 주문하면서도 우리 국민에게도 너무 강하게 대응하지 말았으면 하는 희망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리는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너희들은 왜 이러느냐며 누리꾼을 중심으로 뒤집어질까 봐 걱정을 한다”며 “성금도 좋고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상대를 배려하면서 지혜롭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지진 상황에 대한 배려와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을 연계하는 듯한 발언은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생색이나 내려고 일본을 돕는 게 아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라도 뭔가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온정은 결코 아니다. 김 총리가 교과서 검정 문제를 지진과 결부하는 바람에 우리의 선의가 퇴색되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는 작년 8월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조약 공포 100년을 맞아 발표한 사과담화의 진정성 여부를 가리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간 총리는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침략 정당화 내용이 실리는 것을 허용한다면 총리 담화는 거짓이 되고 만다.

정부 당국자는 김 총리 발언 이후 “교과서 문제는 지진과 분리해서 대응할 것”이라며 “도움을 주는 것과 독도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대응해야 한다. 지진과 독도는 별개다. 일본의 거듭되는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은 대재앙으로 고통을 겪는 일본인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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