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서영상]수산물 값 끌어올린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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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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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장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장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수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10% 이상 올랐다. 고등어의 경우 가격이 약 45% 인상돼 값싸고 서민적인 수산물에서 ‘금등어’로 변해가고 있다. 또 며칠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일본에서 수입해 온 생태와 생갈치, 대게, 냉동꽁치 등의 수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수산업의 기반이 단기간 내에 복구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여 수산물 수급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겨울철 한반도를 급습한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남해안 양식생물 중 돔류와 쥐치류 등 온도에 민감한 양식어류들이 대량 폐사했다. 이로 인해 올봄 이후 수산물 수급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겨울 이상 한파는 장기적으로 수온이 오르면서 지구적 차원에서 평형을 맞추기 위해 저온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지방의 수온이 오르면서 극지방의 냉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왔다 올라가는 ‘음(―)의 북극진동’이 강해졌고, 시베리아 고기압이 이상 확장하는 등 지구적 규모의 기후 변화가 한국 해역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 대지진과 이상 한파 등에 따른 수산물 가격 상승과 연안 양식생물 대량 폐사 등은 모두 해양재해와 연관돼 있다. 기후 변화 재해가 직접적으로 우리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바다에 회유하고 있는 고등어, 멸치, 정어리, 오징어 같은 주요 어종들의 산란장과 성육장 환경은 수온, 염분 등 기후 물리적 요소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어획량을 좌우한다. 또한 먼바다에서 유영 능력이 없는 알 혹은 치어(稚魚)는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연근해로 유입되기 때문에 해류의 세기, 해류의 경로 역시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어획량 변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수산자원의 어획량과 수산물의 가격에는 해양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변 수온은 최근 40여 년 사이에 약 1.3도 상승해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수온이 0.5도 오른 것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최근 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4차 종합보고서에 근거한 기후모델을 분석한 결과 2100년에는 우리나라 주변 수온이 지금보다 4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돼 해양생태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평균 수온 상승과 대형 해파리의 대량 유입, 독성 플랑크톤 발생, 중국 연안으로부터 녹조류 유입 등 어업 생산에 악영향을 주는 해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은 고유가와 극한 기상에 따른 조업일수 단축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기후 변화로 바다 어업자원이 점점 고갈되면서 수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는 ‘피시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예측 기반의 수산자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서식지 파괴, 산란장 및 성육장의 이동과 관련된 제반 해양환경 변화를 미리 파악하여 발 빠르게 수산물 수급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최근 참살이(웰빙) 붐을 타고 수산물의 1인당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구제역 등 축산물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국민의 단백질 보충원으로 수산물이 유력시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어장환경뿐만 아니라 전 지구 환경시스템 변동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모델을 기반으로 과학적인 수산물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한 수산물을 우리 국민에게 지속 가능하게 공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식량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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