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민생은 제쳐두고 2212억 들여 ‘집수리’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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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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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기자
조수진 정치부 기자
생각해보자. 공사비 2200억 원으로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공사비’와 ‘2200억 원’이란 단어를 함께 넣어봤다. 재건축이 한창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구역의 아파트 964가구 건설 공사 도급액이 2200억 원이었고, 아파트 1170가구가 들어서는 서울 성북구 장위 뉴타운(186만7851m², 56만6015평) 총공사비가 2200억 원이었다.

새삼 공사비 2200억 원에 관심을 가진 것은 8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발표 때문이었다. 이 시민단체가 2009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진행되는 국회 새 의원회관 신축과 현 의원회관 리모델링에 대한 총공사비를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2212억9300만 원’이란 답이 나왔다.

새 의원회관은 지하 5층, 지상 10층(10만6732m², 3만2343평)이고, 현 의원회관은 지하 2층, 지상 8층(5만7198m², 1만7302평)이다. 건축과 토목, 조경 공사비용에만 1316억3300만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현재의 국회 터 안에 짓기 때문에) 땅값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이용자가 의원, 보좌관 다 합쳐도 3000명이 안 된다”며 “지나친 호화판 공사”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9일 정면으로 대응했다. 국회사무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의 의원회관은 1989년 건립 당시 의원 1명과 보좌진 3, 4명이 쓸 공간을 25평으로 계산해 건립됐으나 세월이 많이 지났고 현재 의원 1명당 보좌진이 9명이나 돼 사무실 공간이 절대적으로 좁다”고 반박했다. 새 의원회관 신축공사의 m²당 단가는 ‘불과’ 153만 원으로 경찰서, 우체국, 도서관, 초등학교 등의 신축공사 평균단가(1m²당 186만 원)보다 낮은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의원회관의 망치질이 졸부들의 집수리처럼 요란하게 비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구제역, 물가, 저축은행 사태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은 제쳐놓고 정치자금을 소액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쪼개기’를 해서 마음대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군사작전 하듯 기습처리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국회의원들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틈타 자기네 봉급이나 슬쩍 올려버린 사람들도 그들이다. 근무환경 좋아진다고 그 행태가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되레 후안무치의 정도가 더 심해질까 걱정이다. ‘그들만의 예산’을 스스로 짜고 집행하는 무소불위 국회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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