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복지논쟁, 사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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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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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자료를 읽고 든든했던 기억이 난다. 제목은 ‘북한군이 국군을 두려워하는 5가지 이유’였다. 체력, 실전같은 훈련, 첨단 무기체계, 국력, 한미연합방위체제. 국군의 강점이자 북한군의 약점이 육군본부 정훈교재에 실리자 다음과 같이 기사를 썼다.

‘북한군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이지만 국군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체격차도 심해 국군은 평균 신장 171cm에 체중 66kg, 북한은 162cm에 47∼49kg 수준으로 이는 복싱 웰터급과 플라이급 선수의 차이에 해당한다.’

이 내용이 머리에 떠오른 이유는 최근 언론 보도 때문이었다. 북한군 제대병이 배고파서 비무장지대(DMZ)를 넘어왔다고 했다. 나이 21세, 키 154cm, 몸무게 47kg이었다. ‘굶주림이 북한 인종을 바꿨다’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 청소년과 비교해 보자. 2009년 기준으로 초등학교 5학년은 144.5cm, 중학교 2학년은 165.2cm, 고등학교 2학년은 173.4cm이다. 몸무게는 초등학생 41.5kg, 중학생 58.6kg, 고등학생 67.2kg.(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통계연보’)

북한군 제대병은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과 비슷하다. 옥수수를 남한에서는 간식으로 즐기고 북한에서는 주식(主食)으로, 그나마 배불리 못 먹으니 당연한 결과다. ‘자유북한방송’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북한을 조롱하는 중국의 광고문구까지 나온다.

‘소녀시대의 몸매를 원하십니까? 당신의 남자친구가 당신의 몸매에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까?…조선(북한)다이어트 구락부로 초대합니다…두 달이면 당신의 뚱뚱한 몸은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장합니다…들어올 때는 뚱뚱했지만 나갈 때는 피골이 상접한 몸으로 보내드릴 것입니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북한의 열악한 사정을 꾸준히 올린다. 약이 없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아이, 식량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휴가 온 자식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부모, 영양실조로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밤샘 근무를 하다가 전신에 동상이 걸려 실려 간 병사….

동아일보 교육복지부에는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보내는 팩스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반값 대학등록금)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게 많다. 북한처럼 식량과 약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쳐서 생기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내에서 열리는 집회 및 행사 역시 마찬가지. 서울지방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일 하루 동안 47건이 열렸다. 저축은행 피해자, 채권자협의회, 금융노조, 교원단체, 장애인 모임이 주관했다. 헐벗고 굶주리는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앞서 소개한 육군본부 정훈교재는 1999년에 나왔다. 북한 경제가 계속 악화됐으니 군인을 포함해서 남북 주민의 체격과 평균수명은 더 차이가 날 것이다. 우월감을 느끼기 전에 통계를 보고 한번쯤은 고민하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 배부른 논쟁을 하는 게 아닐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지난달 5일 남쪽으로 떠내려 왔던 북한 주민 31명이 이번 주에 북한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돌아가는 이들의 왜소한 모습을 보고 한번쯤은 반성하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 배고픈 동포를 외면하는 게 아닐까.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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