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사 교육 강화, 편향성부터 바로잡아야

  • 동아일보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09년 2월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문구 수정은 별 의미가 없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로 다시 써야 한다”고 밝혔다. 좌(左)편향 서술로 교육당국으로부터 수정 요구를 받은 이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역사인식이 잘못돼 있으므로 대대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많은 학자가 공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답게 쓰이려면 어떻게 서술돼야 하는지 학계에선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견 대립과 반목만 팽팽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 교육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소년이 우리 역사를 모르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필수과목 지정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론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부터 고교에 도입될 ‘한국사’ 과목은 주로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좌편향 논란을 불렀던 바로 그 내용이다. 새로 만들어진 2009년 교육과정은 국어 영어 수학을 포함한 모든 과목이 선택과목 체제로 돼 있다. 고교생들은 ‘한국사’ 과목을 꼭 이수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다. 역사학계에선 고교 교육에서 한국사 공백을 우려한다. 교과부가 한국사 교육의 강화 차원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청소년이 배울 교과서 내용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경우 잘못된 역사교육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좌파사관에 입각한 역사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북한에는 호의적 자세를 보였다. 우리의 시장경제 산업화 경제개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북한의 천리마운동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큰 역할을 했다’고 기술한 반면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수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 위원장이 강조한 ‘다시 쓰기’는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사 교육은 확충돼야 하지만 수업시간이 적어 학생들이 역사를 모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9년 교육과정에서 한국사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5년 동안 배우도록 돼 있다.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역사 과목은 딱딱한 수업으로 인식돼 있다. 한국사 교과서가 갖고 있는 편향성부터 바로잡은 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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