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풀뿌리 민주주의 흔드는 서울시의회·용산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서울시의회가 재의결한 ‘무상급식 조례’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포시한인 4일까지 공포하지 않자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어제 직권으로 공포했다. 무상급식 조례는 올해 초등학교, 2012년까지 중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서울시의회가 시장이 동의하지 않은 조례를 공포하고 695억 원의 급식예산까지 신설한 것은 시장의 법적 권한을 침해한 행위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관계자가 “조례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6개월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조례의 위법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에서 무효판결이 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서울시교육청 및 민주당 소속 21개 구청 예산으로 4개 학년의 무상급식을 먼저 시행해 무상급식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상급식이야말로 서민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부자급식’이며 무상이 아닌 ‘세금 급식’이다. 시의회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더러 이행하라는 게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행태에 비춰 이번 위법적 조례 공포는 민주당의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계산된 정치행위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으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광장 조례’를 통과시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런가 하면 인문학과 자연과학 육성을 위해 관련 대학원생들을 선발해 지원하던 장학사업을 일부 삭감해 신규 장학생을 뽑지 못하게 됐다. 부유층 자녀를 포함한 전면 무상급식이 중요한가, 아니면 교육과 학문의 증진이 더 중요한가.

서울 용산구는 1587억 원을 들여 호화청사를 지어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음에도 지난해 52억 원짜리 휴양소를 지은 데 이어 또다시 제주도에 48억 원을 들여 휴양소를 설립한다. 재정자립도가 64%도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가 명승지에 휴양소를 짓는 일에 공감하는 주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공무원과 주민의 복지를 위한 수익사업이라지만 이런 시설의 존재조차 모르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보아 공무원의 휴가용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던 급식비가 나가지 않아 학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효과가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은 학부모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 돈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서울시의회의 포퓰리즘과 용산구의 방만 행정이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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