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정보시스템은 완전히 다운된 상태이다. 원인을 미시적으로 규명하면 정보요원의 전문성과 소신 부족을 들 수 있다. 국방부 산하 정보본부, 통신, 정보부대장은 전투부대 지휘관이 은퇴할 때 순환보직으로 잠깐 거쳐 가는 곳이어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해외 무관은 귀국 후 자동 퇴역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전문성과 소신을 갖고 상대국 첩보를 수집하고 연구와 분석으로 신뢰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이전 정권의 국가정보원장은 정치자금 관리로 옥고를 치르거나 정보관이 제출한 북한 군사력 평가를 햇볕정책에 어긋난다고 질책했다. 정보활동은 위축되고 정권의 비위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생산한다. 대한민국 국가정보 관리의 현주소이다.
과학기술 정보력과 정보예산 관리의 미약함도 문제다. 한국 모든 정보기관의 예산 총액은 1조 원 내외로 삼성의 미래전략실보다 적다.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은 북한이 일본 영공을 지나는 대포동미사일을 발사하자 광학 1호 첩보위성을 띄우고 핵실험 이후에는 광학 2호 저궤도 정지 첩보위성을 북한 상공에 고정시켜 24시간 지상 1∼3cm 물체를 직접 관찰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대통령은 국가정보력 강화를 경제력 강화 못지않은 우선순위로 확실히 해서, 군 정보기관의 수장부터 전문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고 국가정보원장은 정보 전문가로 기용해야 한다. 또한 정보기관의 자율성과 경쟁심을 고취시키되 청와대에 모든 정보가 균형 있게 집중되어 대통령의 건전한 정보판단이 가능하도록 정보조정과 협력을 위한 정보실무위원회나 정보수석실 신설도 필요하다.
냉전 종식과 9·11테러를 거치면서 세계의 주요 국가는 정보기구 조정과 역할 혁신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간 국가목표에 따른 정보시스템 개혁을 위한 정보업무를 혁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변화된 정보환경에 맞게 국가정보시스템 혁신·선진화 작업을 국방선진화 작업과 별도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북한을 전쟁 없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통합하는 최선책은 막강한 정보전으로 북한의 도발책동을 사전에 감지해서 예방하는 데 있다. 대통령이 서약한 임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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