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의 ‘국민 이익’ 극대화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2007년 4월 2일 노무현 정부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동아일보는 다음 날 사설(社說)에서 “한미 FTA 타결의 제1 주역은 ‘한미 FTA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제2의 성장전략’이라는 소신을 지킨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의 ‘FTA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본보 사설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가 이끈 우리 협상팀의 성공적 역할’도 격려했다.

3년 8개월 뒤인 2010년 12월 3일 이명박 정부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줄다리기 끝에 FTA 추가협상을 타결했다. 2007년 4월과 6월의 협상 타결 및 협정문 공식서명 이후 FTA 비준이 지연돼 온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미국에 불리하게 체결됐다’고 여기는 미국 내 여론 때문이었다. 이번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결실을 거둔 이명박-오바마 두 정상의 리더십을 평가한다. 4년 넘게 협상 수석대표 및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애쓴 김종훈 본부장 등 협상 실무팀의 노고도 치하해 마지않는다.

한국은 추가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관세철폐 시기를 연기하는 대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관세철폐 시기, 미국 파견 한국 근로자 비자 기간, 의약품 시판허가 의무이행 기간 연장 등을 관철했다. 미국이 자동차와 함께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문제는 양보하지 않았다. 한미 FTA를 백지화하지 않는 이상 추가협상이 불가피했다면 이 정도면 2007년의 합의 정신과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호 이익을 상당히 균형 있게 반영한 ‘윈윈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3년 8개월 전의 윈윈 정신 지켜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는 “추가협상 타결로 미국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협상 타결을 환영하고 양국 의회가 빨리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FTA를 발효시킬 것을 촉구했다. 경제계 금융계 연구기관 등 42개 단체와 기관이 참여한 FTA 민간대책위원회도 환영 논평을 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95만 대로 예상되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시장 판매 확대와 경쟁력 향상, 부품 수출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주요 경제권과 FTA를 맺는 ‘FTA 강국(强國)’으로 발돋움했다. 대외 무역을 경제 발전 및 ‘국민 이익’ 창출의 핵심수단으로 선택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나라로서 바람직한 일이다. 다른 나라들은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이 자국 수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품목이 많은 일본 기업은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일본 정부가 각국과의 FTA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은 추가협상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어제 “국민을 속이고 연평도 사태의 안보정국을 틈타 우리나라의 이익을 팔아먹었다”고 억지를 펴며 ‘협상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북한에 대포로 얻어맞고 미국에는 경제로 얻어맞은 것”이라며 ‘굴욕 협상’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과거 장관과 경기도지사, 박 원내대표는 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국가경영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으므로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무엇으로 먹고사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정말로 한미 FTA 최종협상 결과가 국민적 국가적으로 우리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잠시 숨을 죽이던 국내 반미(反美) 좌파세력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처럼 또 한번 나라를 흔들고 국민을 속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은 EU 또는 인도와의 FTA 협상 때는 먼 산 쳐다보듯 했으나 협상 상대가 미국이면 유독 쌍심지를 켜고 나온다. 한국이 미국과 안보동맹뿐 아니라 경제적 협력 강화를 통해 대북(對北) 우위를 확고히 하는 것을 종북·친북세력은 극력 방해하려고 한다. 이런 세력의 왜곡된 선전선동에 휘말려 한미 FTA 발효가 무산된다면 우리 국민이 장래의 ‘먹을거리’를 제 발로 차버리고 국익(國益)에도 크게 손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조기발효 못하면 장래 ‘먹을거리’ 잃고 만다

‘FTA 반대세력’은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들먹이며 굴욕 협상 운운하지만 정작 국내 자동차업계는 추가협상 결과를 환영한다. 받는 것도 있고 주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는 국가 간 협상에서 어떻게 우리 이익만 챙길 수 있는가.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고 축산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것이 어떻게 ‘굴욕 협상’인가. ‘밀실 협상’이라는 비판도 설득력이 없다. 세상에 어떤 국가 간 협상이 모두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가. 미국과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라면 맹목적으로 반대하던 그들이 자동차업계의 이익에 언제부터 그리도 관심이 많았던가. 툭하면 트집을 잡고 사안을 침소봉대해 ‘낙인찍기’를 하는 상투적 정치공세, 이념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내 11개 연구기관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후 10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0조 원, 일자리가 34만 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동맹과 안보동맹의 쌍방향 피드백을 통해 한미동맹을 심화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토면적이 좁고 부존자원은 적은 우리가 경제적 안정과 번영을 지속하려면 자유무역 확대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무역입국, 수출입국과 이를 위한 산업육성, 인재양성,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가 경이롭게 여기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지금 한미 FTA 추가협상에 재를 뿌리는 세력도 바로 이 ‘경제개방과 산업화’의 젖줄을 빨아 자신과 가족 등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사람들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입액에서 대(對)중국 수출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미국에 대한 수출입액(12%)의 2배를 넘었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 역시 우리 경제와 산업, 민생에 긍정적 효과가 크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글로벌 경제상황 변화 및 중국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응하는 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그런 점에서 미국, EU를 비롯한 여러 나라, 여러 지역과의 교역 및 투자 증진에 더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 FTA와 한-EU FTA는 그런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반대세력 ‘선동의 惡意’ 국민이 물리쳐야

올해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도발 이후 중국이 보여준 태도를 생각하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한미 FTA는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올 수 있는 경제적 위험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 충격에 대응하는 데도 유효한 장치다.

미국 의회는 내년 1월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표결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치권도 서둘러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한미 FTA가 가져다줄 국민 이익과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 등 야당이 끝까지 비준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으로 비준을 방해하는 구태(舊態)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한미 FTA가 가져올 경제 국익과 안보 국익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정략적 반대론의 허구를 반박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과 피해산업 구제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발전과 일자리 및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될 한미 FTA 비준 및 발효를 막으려는 ‘선동의 악의(惡意)’에는 국민도 단호히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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