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애국심 퇴색시킨 폭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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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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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지자 군 장병을 비롯한 수많은 구조대가 한 명의 생존자라도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차가운 얼음바다에 주저 없이 몸을 던졌다. 이 와중에 구조작업을 벌이던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예비역들로 이뤄진 UDT동지회 회원들도 천안함 유족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고 구조작업에 기꺼이 참여했다. 이들의 애국심과 전우애는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난 지 8개월 만에 북한은 다시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온 국민의 분노가 끓고 있고,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일제히 쏟아냈다. UDT동지회 회원들도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북한의 만행에 보복조치를 하지 않은 국방부와 정부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날 시위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UDT동지회 소속 회원들은 집회 도중 도로로 뛰쳐나가려다 자신들을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각목을 휘둘렀고 소화기 분말액을 뿌려댔다. 심지어 액화석유가스(LPG)통을 들고 나와 위협을 가했다. 일부 회원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웃통을 벗어 던지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의 코뼈가 주저앉는 등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시위에 참가한 UDT동지회 회원 1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미국 CNN 방송은 회원들이 뿌린 하얀 소화기 분말액을 최루탄으로 오해해 ‘서울 도심 최루탄 등장’이라는 오보까지 내며 혼란스러웠던 집회 상황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국민을 감동케 했던 이들의 애국심은 이날 폭력시위로 빛이 바랬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집회 진행이나 표현은 최고의 부대 출신에 걸맞게 합법적이고 절제된 방법으로 이뤄졌어야 한다. 경찰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국방부 현판을 파괴하겠다’며 과격시위를 벌이는 것은 충정심에서 한참 벗어난 행동이다. 시민은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폭력을 휘두르면 어떡하자는 것이냐”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나라를 위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UDT동지회 회원들의 애국심은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애국심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단체가 ‘법과 원칙’을 무시한다면 누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연평도 포격 도발로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비판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UDT 단체의 과격시위는 실망스럽다.

강경석 사회부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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