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北 잇단 도발 애써 무시하는 오만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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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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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중국 해방군출판사에서 나온 ‘압록강에서 3·8선까지’라는 책은 1950년 6·25전쟁 발발에 대해 “남조선이 먼저 전면적으로 공격해 와 대응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먼저 소개했다. 이어 한국군이 “북한군이 전면 공격을 해와 반격했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중국 군사위원회 산하 군사과학원의 연구원이자 현역 장교 딩웨이(丁偉) 대교(대령)다.

연평도 포격 만행 이틀째인 25일 중국중앙(CC)TV는 오전 7시 뉴스에서 북한 조선중앙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직접 내보내며 ‘남한의 포격으로 북한이 대응포격을 했다’고 보도한 뒤 한국 측의 반론을 덧붙였다. 중립적인 듯하지만 60년 간격을 두고 대한민국의 영토가 침략을 당한 두 사건에 대해 ‘역사와 사실’에 눈을 감는 행위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남북한 양측의 냉정과 자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도한 공격으로 군과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전쟁 범죄에 대해서는 맞지 않는다. 지금은 평화와 안정을 해친 당사자를 준엄하게 꾸짖고 응징하는 것이 대국의 도리다. 미국 일본과 같은 한국의 우방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북한의 망동 억제를 위해 중국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은 ‘오랜 분쟁지역’에서 일어난 ‘상호 충돌’로 몰아가려는 태도까지 보인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번 ‘상호 충돌’은 한반도 내부 사정인 만큼 미국은 나서지 말라는 등 28일부터 진행될 서해 한미 연합훈련으로 초점을 돌리려고 한다.

2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장치인 원심분리기 2000개를 가동 중이라고 스스로 밝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세계 비핵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도 중국은 ‘6자회담 복귀와 대화’를 외친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적어도 어느 국가보다 중국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반체제 인사로 수감 중인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 씨는 물론 가족 친척이 다음 달 10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나아가 세계 각국에도 시상식 불참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모습이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공 외교를 펼치며 무엇이든 자기 뜻에 맞지 않는 목소리에는 귀를 닫겠다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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