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선언, 글로벌 경제공조의 새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어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환율 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국제공조의 틀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G20 정상들이 채택한 ‘서울선언’은 환율 문제에 대해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환율 유연성을 제고한다’라고 명문화했다. 10월의 재무장관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서울선언은 미국과 중국의 공방 속에 이뤄진 다자간 합의여서 1985년 선진 5개국(G5) 간의 플라자 합의보다 의미가 크다.

환율갈등 막을 액션플랜 궤도에 올려놓아야

G20은 환율 갈등을 낳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를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평가를 해보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국별 정책 권고를 담은 서울 액션플랜이 합의된 것은 굉장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일부 해외 언론은 ‘미국이 제안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방안이 채택되지 않아 실패’라고 지적했으나 회원국들의 양보로 향후 추진 시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것은 수확이다.

신흥국은 과도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환율갈등 이후 달러가 급속히 유입됐어도 G20 의장국으로서 자본규제를 하기가 껄끄러웠는데 적절한 대응의 가능성이 열렸다.

환율 논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우려됐던 다른 이슈들의 합의도 서울 회의의 성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분조정을 통해 중국 한국 등 신흥국의 발언권이 강화된 것은 IMF 창립 이래 최대의 변화다. IMF는 자본금이 두 배가 되고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감시 역할도 맡게 된다.

한국이 G20에 처음으로 제기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린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는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쓴맛 단맛을 모두 경험한 한국이 아니었으면 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을 의제들이다. 그중 금융안전망은 일시적으로 외환위기에 처한 국가가 1997년 한국처럼 IMF의 가혹한 개혁 요구를 받지 않고 IMF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위기가 우려될 때 예방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비슷한 처지의 여러 나라가 함께 빌려 쓸 수도 있다.

개발 의제는 G20 비회원국 172개국 중 상당수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과거 선진국처럼 원조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원조를 받는 나라가 자립하도록 최적의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개도국 저소득국의 역량을 강화해 세계경제의 재(再)균형에 기여하자’는 내용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마련되면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의장국 성공 경험, 경제외교의 소중한 자산

신흥국이 G20 의장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역할과 행사 준비에 대해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에너지 넘치는 의장국 역할에 힘입어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는 평가를 일찌감치 내렸다. 그동안 선진국이 정하는 룰을 따라가기 바빴던 한국이 1년간 의장국으로서 의제를 정하고 막후협상을 도맡거나 주선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회원국들로부터 자국의 이해관계가 담긴 제안을 두루 듣고 종합하면서 향후 경제외교의 큰 자산을 얻게 됐다.

경기회복으로 위기감이 줄어 G20의 존재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 정상회의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데 G20이 최적임을 보여줬다. 신흥국 없이 글로벌 경제를 말할 수 없음도 재확인됐다. G20은 역할 확대를 위해 G8처럼 재무와 함께 외무 법무 노동 무역 등 다양한 분야의 각료급 회의를 산하에 두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