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언 덩컨 스미스 복지(일과 연금) 장관은 현재 복지급여 수혜자들을 10년 안에 ‘졸업’시키겠다는 획기적인 복지개혁안을 최근 발표했다. 핵심은 일을 통한 자립이다. 근로능력이 있으면 반드시 일해야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방만한 혜택 덕에 근로연령 성인 네 사람 중 한 명은 일 없이 노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일을 하는 것이 복지혜택 속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게 해서 자력(自力)으로 가난의 덫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과 복지 연계해 自力빈곤탈출 유도해야
영국의 ‘혁명적’ 복지개혁은 최근 선진국에서 진행되는 복지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유럽 복지국가 전체의 화두는 ‘고용 연계형 복지(workfare)’다. 동아일보가 최근 3회에 걸쳐 소개한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5개국의 복지제도 역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달성하는 사회투자형 복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근로 무능력자가 아니면 직업훈련을 받아야만 생계비 보조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은 실업급여를 놓칠까 봐 재취업하지 않는 장기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2003년부터 실업급여와 기초생활급여를 통합했다. 이들 선진국은 복지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다루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성장과 복지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복지예산은 총 86조3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조1000억 원 늘었고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로 사상 최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따뜻한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실업이나 질병, 재난에 부닥쳤을 때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도 사회안전망 확충은 절실하다. 고용보험 미적용자가 취업자의 59%인 1300만여 명이다. 위기 때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긴급 구조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분배 일변도의 소모적, 성장잠식형 복지제도는 수혜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와 납세자들의 부담만 키우면서 힘들게 축적한 ‘씻나락’까지 까먹을 우려가 있다. 21세기에 알맞은 성장형 복지제도를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사회복지 급여 대상자의 자격과 이력 정보를 통합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운영을 시작했지만 사회복지 전달 체계가 비효율적이고, 복지와 고용지원이 따로 도는 탓에 현장에서 느끼는 복지 만족도가 낮다.
2005∼2008년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사회복지 분야의 누수 예산은 2879억 원이나 됐다. 민관(民官) 제휴를 통해 복지서비스 제공에도 경쟁과 효율, 책임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고용연계형 복지 실현을 위해 복지부처와 고용부처를 통합 운영하는 구조적 개혁도 검토해야 한다. 복지병과 재정적자로 신음하는 유럽형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21세기형 복지제도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