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主敵’ 명시할 자신감도 없는 정부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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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천안함 폭침 이후 국방 분야에서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명시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5일 국민원로회의에서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고 말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사라졌던 주적 개념의 부활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다음 달 말경 발간될 2010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2008년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 수준으로만 표현하기로 했다고 한다. 북을 주적으로 명시할 자신감도 없는 정부에 국가안보를 맡겨놓아도 괜찮을지 걱정스럽고 답답하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최근 이 대통령에게 1만여 명 규모의 ‘긴급 동원 예비군’ 신설 방안을 보고했다. 북의 도발 같은 국가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인적자원에 한계가 있고 군 복무기간 단축 등으로 현역병이 부족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북의 군사력은 위협적이고 도발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북은 1990년대 이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유사시 남한 깊숙이 기습 침투가 가능한 18만 명의 특수전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 5만여 명이 휴전선 일대에 배치됐다. 북은 최근 1년간 수도권을 사거리에 둔 240mm 방사포 100여 문도 휴전선에 전진 배치했다. 북이 우리의 주적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북은 우리에게 대화의 상대이자 대결의 상대다. 대북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국방은 다르다. 국방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통같이 대비해야 한다. 국방이 정치 바람을 타고 상황 논리에 휘둘린다면 군의 안보태세가 풀어지고 국민의 안보의식도 해이해질 수 있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우리는 그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우리 스스로 햇볕정책에 취해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빼고 심지어 국방백서 발간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대북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이 핵, 천안함 사건, 국군포로 문제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적극 응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남북 경색국면을 풀지 못해 우리가 오히려 안달하는 모습이다. 이러니 주적 개념조차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정부의 안보의식이 부평초(浮萍草)처럼 뿌리가 없음을 보여준다. 대북 대화 포퓰리즘이나 기회주의로는 결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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