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정국]예술단체 후원하는 공공기관 더 늘어났으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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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10일 뜻깊은 모임이 있었다. 임직원이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모은 돈을 창작여건이 어려운 연극단체 대표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하며 후원 협약식을 맺는 자리였다. 감사원 임직원은 두 극단에 매월 100만 원씩 연간 1200만 원을 지원해 안정적 창작활동을 돕기로 했다.

서울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임도완 대표와 대전의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권영국 대표는 후원이라고 적힌 금일봉을 받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모임은 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를 ‘문화예술 분야 기부확산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업 및 공공기관과 예술단체의 자매결연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의 첫 결실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예술가들의 63%가 월수입 100만 원 이하의 저임금에 허덕인다.

얼마 전 만난 한 무용단 단장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남성 무용수가 아기 우윳값을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예술가의 가난한 삶은 그늘에 가려져 있다. 예술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가난한 예술가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창작활동을 하도록 후원해야 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예술가의 탄생은 예술가의 역량을 인정하고 활동 터전을 마련해주는 예술 애호가(페이트런)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과거 왕과 교황, 귀족, 부유한 상인이 했던 페이트런의 역할을 현대에 들어와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기업이나 개인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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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1970년대 정부가 문예진흥기금과 이를 운용하는 기관으로 문예진흥원(2005년 문화예술위원회로 개편)을 설립해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5000억 원이 넘던 문예진흥기금이 최근 3200억 원대로 크게 줄었다. 매년 평균 300억 원의 원금 결손이 이어지는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 문예진흥기금은 10년 이내에 고갈될 우려가 크다.

예술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예술가(단체) 지원사업을 할 수 없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내놓은 사업이 1기업(공공기관)-1예술가(단체) 자매결연 캠페인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강조되는 시점이어서 예술 후원을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이 빛을 발할 기회다.

윤정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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