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은 公正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박희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세비(歲費)가 13년간 동결됐다. 원상회복시킬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통분담 차원에서 세비를 깎은 뒤 한 번도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박 의장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꺼내지 못했던 의원들의 심정을 대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관계부터 틀린다. 1998년 6820만 원이었던 세비는 2004년 1억90만 원, 2007년 1억670만 원, 2008년 1억1300만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2009년, 2010년만 동결됐다.

박 의장은 “국회의원에게 장관급 예우를 해주도록 규정돼 있지만 현재 세비는 차관보보다 낮고 실국장급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직접비용만 해도 세비 이외에 보좌관과 비서관의 인건비, 의원실 경비, 외국시찰 때 지원받는 국고 등 1년에 5억 원이 넘는다. 퇴임 후 65세만 넘으면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을 매달 120만 원씩 꼬박꼬박 받는다. 본란이 이미 지적한 대로 이것은 정말 양심 없는 짓이다. 그런데도 밥그릇이 작다고 푸념하는 국회의원들은 과연 공정한가. 일자리가 없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한다. 박 의장과 국회의원들도 이들의 한숨과 눈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 국회는 공정사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여야는 16일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 가운데 구의회 폐지 조항에 대해 민주당 측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까지 반대해 원안 통과가 불확실하다. 구의원 상당수가 국회의원의 사람들인 까닭에 없애기가 싫은 것이다. 구의회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 채 이권과 비리에 결탁하거나 국회의원들의 수족(手足) 노릇이나 하는 구의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학교 공금 81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강성종 의원이 그제 구속됐다. 현역 의원으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구속이 가능했다. 철옹성 같은 방탄 국회의 역사를 말해준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 다룰 ‘공정사회를 위한 우선처리 법안’을 선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한 사회’에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먼저 자신들은 공정한가부터 자문(自問)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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