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위직 자녀 ‘특권적 채용’ 전면 감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말고도 외교부의 외교관 자녀 특혜성 채용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997∼2003년 영어에 능통한 사람을 뽑기 위해 실시된 외시2부 시험 합격자 22명 중 9명(41%)이 외교부의 전현직 장차관 등 3급 이상 고위직 자제였다고 한다. 외시2부 시험은 공채지만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했고 전형방법도 정규 외시와는 달랐다. 이들과는 별개로 공채가 아닌 특채로 선발된 사람도 7명이었다.

외교관 자녀는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이나 국제 감각에서 남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한다면 국가적으로 보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외무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고위직 인사의 자녀라고 역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들의 채용에 행여 부모와 관련한 정실주의가 개입됐다면 부정이나 다름없다.

공무원 채용은 모든 국민의 관심사여서 무엇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차제에 외교부는 물론이고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고위직 자녀의 특권적 채용이 없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그동안 부처별로 자체 시행한 특채의 특혜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내년부터 행안부 주관으로 특채 방식을 바꾸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사원이 나서 공무원 채용의 특혜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불신부터 씻어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공직사회와 권력 가진 자, 잘사는 사람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설정한 ‘공정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로 자리 잡으려면 공직사회의 특권과 반칙부터 사라져야 한다. 공무원 시험은 경쟁이 치열한 좁은 문이다. 취직을 못하는 대학생이나 그 부모들은 가슴이 아프다. 이런 마당에 고위직 공무원 자녀를 위한 샛문이 따로 있다면 ‘공정한 사회’를 입에 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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