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발전’ 안보인 한국영화 발전 토론회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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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산업이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많은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2011년 영화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한 영화인 대토론회’가 열렸다. 연단에 선 모철민 문화부 차관의 인사말은 공허하게 들렸다. 41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에는 채 100명이 안 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예정보다 20분이 지나서야 행사가 시작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최봉현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실장이 제시한 2002년 이후 해외 수출 실적 추이 그래프는 현재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005년 7600만 달러였던 수출액은 2006년 그 3분의 1인 2500만 달러로 주저앉더니 2009년 1500만 달러로 계속 떨어졌다. 최 실장은 “영화산업의 가치가 오랜 세월 과대 포장돼 있었음을 영화 일을 하는 당사자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영화진흥위원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게임 등 여타 문화콘텐츠산업의 현황을 참고해 ‘영화를 공부한 사람은 영화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연구 자료에 바탕을 둔 비판과 제언은 곧 격앙된 감정을 담은 목소리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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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계 기관이 부산으로 옮겨 가는 것을 영화인 97%가 반대하고 있어요! 부산 이전 반대! 궐기합시다!”

갑자기 토론회 주제와 무관한 정부 기관 지방 이전 문제를 꺼내 든 정진우 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영화계가 세대와 이념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건 모두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대상 심사를 불공정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영진위를 해체하고 지원기금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동 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영진위 심사업무가 지난 정권에서 탈 없이 진행됐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문제가 생겼다”며 “이렇게 파행인 영진위를 상대로 무슨 의견을 개진하겠나 싶다”고 했다.

3시간 반에 걸친 토론회는 결국 박형동 문화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의 해명성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지원사업 관련 공금횡령 등의 문제는 지난 정권 때 영진위가 결정한 것들이었다.”

객석에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25분. 한 방청객은 “영화산업이 당면한 제반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 듣고 왔는데 뻔한 내용의 주제발표와 토론만 이어졌다. 허탈하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날 때쯤 객석에 남은 사람은 60여 명.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손택균 문화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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