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이라크 終戰과 한국 모델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0-09-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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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일 미국 샌디에이고 항구로 귀환 중이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에 해군 전투기 한 대가 착륙했다. 조종사 복장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투기에서 내려오자 장병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부시는 항공모함 갑판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 작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갑판에는 ‘임무 완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라크전쟁 개시 43일 만의 이날 연설은 ‘이라크전쟁 종전(終戰) 선언’으로 해석됐다.

▷미국은 2003년 3월 20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며 ‘이라크 자유 작전’을 개시했다. 이라크 무장 해제와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제거가 명분이었다. 20일 만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됐고 후세인은 미군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종전 선언은 오판이었다. 독재자는 제거됐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저항세력은 완강했다. 미국은 7년 5개월 동안 약 7500억 달러를 퍼부었고 4400여 명의 미군이 숨졌다.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도 10만 명이나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라크에서 미군의 전투 임무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의 연설에는 ‘승리’ 또는 ‘패배’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 병력은 지난달 19일 철수했다. 하지만 이라크 군과 경찰의 교육 훈련을 위해 미군 5만 명이 내년 말까지 이라크에 계속 남아있게 된다. 이라크는 여전히 불안하다. 3월 총선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연립정부도 구성되지 않았다. 테러도 계속되고 있다.

▷폴 울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라크의 모델, 한국’이란 기고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하자 6·25전쟁이 벌어진 것을 상기시키며 미군의 이라크 완전 철수를 경계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 덕분에 당선됐고 여론조사에서 55%의 미국인이 싸울 가치가 없는 전쟁이라고 했지만 미국이 포기하지 않아 한국은 경제적 번영과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공산화됐던 베트남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한국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모델이 될지는 결국 이라크 국민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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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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