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日民心과 黨心의 충돌… 어떤 결과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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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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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만큼이나 일본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집권 민주당 대표선거는 민심과 당심의 충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민심의 절대적 지지를 업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대척점에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당 조직을 다수 장악한 형국이다.

다수당 대표가 총리 직에 오르는 의원내각제에서 간 총리 취임 3개월 만에 총리 경선을 또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당헌에 따라 2년의 대표 임기가 만료돼 치러지는 대표선거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민심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심을 업고 총리가 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권력은 주권자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고 일본에서도 주권자는 국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가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론 민주주의의 작동 장치인 정당정치가 성숙하면 개인이 아닌 정당이 책임을 지고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선 다수당 대표가 누구든 그가 총리를 맡아 정국을 이끄는 것도 지극히 합리적이다. 총선에서 유권자가 일정 기간 특정 정당에 권한을 위임하면 그 이후엔 법률과 당헌에 따라 정권을 운용하면 되는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여론에 국정이 휘청거릴 수 없다는 논리도 여기서 나온다.

집권당 대표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당심’들이 민심의 향방을 잘 읽고 투표에 반영한다면 민심과 당심이 적절히 조화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한국의 청문회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이 낙마한 것도 험악해진 민심을 읽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지는 것은 민심과 당심이 충돌할 때다. 한국에서 숱하게 봐온 것처럼 주요 정책을 놓고 당론투표와 자유투표 사이에서 이런 고민이 자주 발생한다. 흔히 당론투표가 민심과 국회의원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주요 사안일수록 책임 있는 정당이 당론을 정하는 게 큰 틀에서 보면 정당정치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선 당론투표가 적지 않고, 이를 거슬러 ‘소신투표’를 하면 징계를 받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민심이냐 당심이냐가 아니라 당심이 민심의 적절한 통로로 작용해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느냐이다.

일본의 민주당 대표, 나아가 총리를 뽑는 선거에서 민심과 당심이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일본이 ‘경제선진국 정치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성숙한 정당정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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