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대학 구조조정, 퇴로도 열어줘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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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대학’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가 대학들이 반발하자 주춤하고 있다. 교과부는 당초 전국 345개 국공립 사립 전문대를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재정 건전성 등 6개 지표에 따라 A∼C등급으로 나눈 뒤 하위 15%에 해당하는 50개 대학에 학자금 대출 제한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예컨대 C그룹 대학의 신입생들은 학자금의 30%만 빌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해당 대학에 대한 지원을 기피해 사실상 부실대학을 퇴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교과부는 판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하기 시작한다. 지금도 군(郡) 소재 사립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70%를 밑돌고 있다. 이런 대학들은 등록금만 내면 학생의 수학능력을 불문하고 합격시킨다. 대학 통폐합, 입학정원 감축, 부실대학의 퇴출을 통한 구조조정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교과부는 지난해 대학선진화위원회에서 부실사학 실태조사를 통해 퇴출대학 명단을 작성했으나 해당 대학의 반발로 철회했다. 정부가 특정 사학을 억지로 죽이는 정책은 타당성도 없고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에는 학자금 대출 제한이란 간접적 방법을 동원해 부실대학을 고사(枯死)시키려고 하다가 다시 미룬 것이다. 학자금 대출 제한은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무자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학생들은 부실대학 학생이란 꼬리표를 졸업 후에도 붙이고 다녀야 한다. 8만∼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의 집단반발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부실대학 퇴출도 좋지만 아무 책임도 없는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실대학들이 버티는 이유는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남은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대학 설립자들이 일부 재산이라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퇴로(退路)를 열어줘야 한다. 대학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 등 인적(人的) 자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특수한 조직이다. 재산 환수, 세제 혜택, 교직원 고용과 관련해 세심한 퇴출장치를 만들어내야 대학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이 미뤄질수록 등록금을 꼬박꼬박 내는 학생들이 피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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