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영래]‘관광명소 서울’ 되려면 과밀화 해결부터

  • 동아일보

우여곡절을 겪던 세종시 문제가 이제 일단락돼 원안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문제에는 찬반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일지에 대해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세종시 건설의 목적 중 하나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였다. 수도권 과밀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며 이에 따른 교통난 또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의 수도권 집중률이 높다고 해도 25%를 넘지 않는 반면에 우리나라 인구의 수도권 집중률은 50%에 육박한다. 지나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주택 교통 교육 환경 등 여러 부문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필자는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모든 관공서와 공기업, 은행 본점을 경기 과천시와 세종시로 이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한 헌법재판소와 감사원도 현 위치에 있어야 할지를 재고했으면 한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이전할 경우 서울시가 세종로 청사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4대문 안의 행정부는 인구 분산과 교통난 해소에 역점을 두고 분산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정부과천청사를 확장해 이전했으면 한다. 이런 방안이 수도권 집중에 따른 여러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울의 과밀화와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은 줄 수 있다고 본다.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다. 역사문화 상징 공간인 4대문 안은 역사유산과 다양한 문화공간이 공존한다. 경복궁에서 광화문 거리를 거쳐 덕수궁 비원 창경원 동대문 같은 역사문화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서울광장 청계천 인사동 남산공원 한강유람선 서대문형무소 용산전쟁기념관 등의 명소를 두루 갖춰 문화관광벨트로도 손색이 없다.

서울광장은 3·1운동, 4·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곳으로 현재는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의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한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도시 하천 복원의 모델로 칭송되는 청계천은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과 물장난을 즐기는 천진한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민친화형 도심 생태하천으로 변했다.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거리인 인사동은 화랑과 갤러리, 전통 공방과 골동품상, 전통찻집 등 전통문화의 향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인 남산공원 N서울타워 전망대에서는 도시와 주변 강산의 경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울의 전경을 품어 볼 수 있고, 한강유람선에서는 시원한 강바람과 한강 양쪽의 경치를 보면서 물 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외에 서대문형무소와 전쟁기념관은 일제강점기에 겪었던 고난과 아픔, 전쟁의 무모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서울시에서도 이미 경복궁 인사동 대학로 남산 청계천 등 서울시내 5곳을 주요 거점으로 4대문 안 관광코스를 개발해 시티투어버스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문화시설과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서울 4대문 안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4대문 안 종합적 보존방안’을 마련해 명실상부한 역사 도시로 가꿔 나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울시내 관광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밀화와 교통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세종시 건설계획과 병행해 서울의 인구 과밀화와 교통난 해소 추진을 통해 4대문 안이 더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 속에서 내외국인에게 500년 고도 서울의 역사적 숨결을 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조영래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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