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한-중 언론부터 상호이해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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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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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의 K대학에서 한 달간 여름학기 강의를 맡아 머물 기회가 있었다. 서울에 있는 동안 한중 간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현안을 두고 중국과 한국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언론은 외교정책이나 양국 국민 간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양국 언론을 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양국 언론은 천안함 사건과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마치 ‘보도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 적지 않은 중국 언론이 미국이 항모 조지워싱턴을 황해(서해)에 파견하는 것은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조지워싱턴을 불러들이는 것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늑대를 집 안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보는 중국 언론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국가 안전에 도전하는 것을 한국이 도와 화를 자초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급진적인’ 성향의 환추(環球)시보는 심지어 중국이 한국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지에 대해 독자와 누리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싣기도 했다.

한국 언론은 중국이 조지워싱턴의 서해 진입에 반대하는 것은 북한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심지어 이 같은 중국의 행위로 중국과 북한이 함께 한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까지 한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천안함 사건이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보도는 상대방을 보는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고 감정적으로 격화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양국은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는 것은 양국의 안정적이고 원만한 관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양국 국민의 정서가 서로 안 좋은데 정치적으로 열의를 가지고 대하는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이런 우려 때문에 양국 언론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양국이 보도전쟁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천안함 사건 등 현안이 나타나면 서로 다른 시각과 이익 계산에 따라 보는 경우가 많다. 가장 근원적인 배경은 양국 사이에 이미 ‘경쟁적 민족주의’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민족주의는 어느 나라나 사회적 응집력과 정치적 충성을 기초로 존재한다. 다만 적절히 통제되지 않아 차츰 서로 대립적인 정서로까지 발전하면 국가 간 관계는 불안정해진다.

일례로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을 압박하는 행동이라고 하지만 중국 언론이나 누리꾼이 이를 두고 중국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까지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민족주의적인 정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흔히 중국이 북한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의문도 제기하는데 이 역시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중국의 정책이나 의도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것이다.

양국이 원만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언론 간 대화와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 그러지 않고 서로 단편적인 것만을 경쟁적으로 부각시키면 양국 관계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양국 언론이 국민 간 상호 이해를 위한 진정한 교량이 되려면 보도가 진정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지 엄밀히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양국 언론은 의식적으로라도 민족주의 감정이 넘쳐나지 않도록 이를 억제하고 피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래야만 합리적인 이성으로 상대방의 정책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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