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돈구]우리 숲가꾸기 경험 전파, 지구를 푸르게

  • 동아일보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우리의 숲은 예로부터 삶을 위한 터전이었다. 역사 속 모든 통치자의 첫 번째 통치 덕목이 치산치수였듯이 지속가능한 산림관리와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조선시대에는 요즘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정책과 흡사한 금산(禁山)과 봉산(封山) 제도를 시행하여 나라의 숲을 가꾸고 보전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반도의 산림은 헐벗을 대로 헐벗은 폐허의 땅이 됐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국민은 등짐에 묘목을 싣고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잃어버린 숲을 되찾았다. 이런 결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을 최단기 녹화 성공 모범사례국으로 선정했다. 세계적 환경전문가인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저서인 ‘플랜B 2.0’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며 한국이 성공했듯이 우리도 지구를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온 국민이 땀과 정성으로 일군 ‘숲의 나라’ 한국에서 다음 달에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세계총회가 열린다. IUFRO는 전 세계 산림연구기관이 정보를 교환하고 연구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1892년에 설립한 국제조직이다. 115개국의 700여 연구기관과 대학이 회원이다. IUFRO 세계총회는 5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로 이번 서울총회에는 95개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서울총회의 주제는 ‘사회와 환경, 그리고 미래를 위한 산림’이다. 산림은 육상계에 생존하는 생물종의 3분의 2를 보유할 뿐만 아니라 탄소 1조 t 이상을 저장하는 ‘탄소 흡수원’으로서 기후변화 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약 16억 명의 인구가 산림을 기반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구의 산림은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 1분마다 축구장 크기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우리의 아들딸과 손자손녀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것이다. 행동이 필요한 때다. 서울총회의 주제는 이러한 지구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산림·임업인의 의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전 지구인이 모이는 IUFRO 세계총회를 통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최단기 산림녹화 성공 기술과 정책을 전파하고 한강의 기적과 함께 숲의 기적을 일군 한국의 대표 브랜드인 산림을 홍보하고자 한다. 아울러 황사 저감, 북한 산림 황폐지 복구, 사막화 방지 등 동북아시아의 산림 현안을 이슈화하여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높이는 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하는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이돈구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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