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민기]교사들 ‘오장풍’ ‘제물포’ 불명예 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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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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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동영상이 공개돼 직위해제된 서울 동작구 모 초등학교 오모 교사의 별명은 ‘오장풍’이었다. ‘손바닥으로 한 번 맞으면 장풍을 맞은 것처럼 쓰러진다’는 뜻으로 학생들이 붙인 별명이다. 교단을 지칭하는 부끄러운 별명은 많다. 따분한 수업으로 학생들을 잠에 빠지게 한다는 ‘수면제’ 교사, 저 선생님 때문에 물리를 포기한다는 뜻의 ‘제물포’ 교사, 무섭고 집요하게 학생들을 선도하는 만화 속 주인공을 지칭하는 ‘가가멜’ 교사도 있다.

얼마 전 교원평가제를 다룬 기사에서 ‘제물포’ 교사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실시된 공개수업이 허술한 수업준비로 참관한 학부모들의 비난을 샀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본 몇몇 교사가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소수의 사례만으로 전체 교사를 싸잡아 비난했다”고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실력이 부족한 교사들은 극소수라는 점, 대부분의 교사들은 열정으로 교단에 서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추호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다만 교사들이 서로 감싸주기에 급급해 자정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의 제 식구 챙기기 행태는 오장풍 교사 사건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은 6개월간 오 교사의 폭행이 계속되자 한 달 전부터 교장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장은 오히려 “자꾸 문제 제기하면 아이들에게 꼬리표가 붙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은근히 협박했다.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나서기까지 누구보다 오장풍 교사의 폭력을 잘 알고 있었을 동료 교사들은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나중에 피해 학생 학부모가 오장풍 교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이는 학교가 학부모에겐 얼마나 갑(甲)의 위치인지를 보여준다.

일요일에 독서실에서 수업연구를 하는 교사, 자기 지갑을 털어 학생들의 자격시험 원서비와 교통비를 대주며 자격증 취득을 돕는 교사 등 열정을 갖고 교단을 지키는 훌륭한 ‘진짜 선생님’들도 많다. 소수의 문제 교사들 때문에 40여만 명의 초중고교 교사들의 명예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떳떳하게 교단에 서기 위해선 일부 교사의 문제되는 행동을 모른 체 해선 안 된다. 교권을 실추시키는 일부 교사의 수준 이하의 행위는 사회, 학부모, 학생들이 비판하기 앞서 동료 교사의 자정 노력으로 근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오장풍, 제물포 같은 부끄러운 별명보다 존경을 담은 별명으로 우리 선생님들을 부르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신민기 사회부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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