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적 정책 수행이나 추진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되는 바람에 추진이 어려워진 일이 적지 않았다. 정책 지연으로 비용이 커지고 국민에게 그 비용이 전가되는 악순환도 있었다. 세종시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현 정부에서는 지난날의 계층 이념 세대 지역 갈등 외에 종교 갈등까지 가세했다. 이런 중층적(重層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정이 표류하고 결국 다수 국민이 피해자가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국가사회의 통합은 정권이 국민을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시민사회 및 대(對)국민 의사소통을 담당할 사회통합수석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통합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이 정부는 지난해 고건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통합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하지만 국정 안정을 통해 국리민복을 키우려면 국정담당 세력부터 화합하고 통합하는 것이 더 급하다.
그럼에도 여권(與圈)은 친(親)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갈려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살고 있다. 허구한 날 여권의 분열과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정부의 사회통합 강조가 공허하게 들린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와 대선 후 박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이계는 집권 후 박 전 대표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했고,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를 박대했다. 통합을 말하는 측의 성의를 읽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때로 국정의 최대 방해꾼 같은 모습까지 보인 친박계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초기만 해도 원안에 문제가 있다는 친박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2005년 원안 표결 때도 친박계 의원 상당수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박 전 대표가 수정안 반대토론에 나선 후 친박계는 국정의 동반자라기보다는 오로지 계보원들로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는 데 급급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동운명체라는 인식부터 공유해야 한다. 국정 현안들을 제로섬의 권력 게임으로만 인식하면 정권의 실패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권이 통합돼야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기는 법이다. 여권은 친이계 친박계 간의 통합부터 이루고 사회통합을 말해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통합정신 위에서 공정하고 열린 경쟁을 해야만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도 국민의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