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세대교체 이전에 체질교체부터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6·2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여권 쪽에는 왜 이광재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으로 강원과 충남지사에 각각 당선된 두 사람은 45세의 젊은 나이에 도전정신을 발휘해 이번 선거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 대통령이 386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했던 두 40대 지사를 언급한 것은 젊은 활력과 야당의 활발한 세대교체를 부러워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개최되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에도 젊은 후보가 대거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다. 하지만 나이가 젊어졌다는 것만으로 성공한 세대교체라고 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세대교체 이전에 당 구성원들의 의식과 체질(體質)부터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바른 순서다.

어제 TV로 생중계된 한나라당의 7·14전당대회 토론회에서 당 지도부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쇄신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비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후보는 별로 없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계파에 기대거나 양쪽에 적절히 다리를 걸치려는 듯한 후보는 눈에 띄어도 한나라당의 위기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그들만의 정치’를 혁파하고 국민 속으로 몸을 던질 각오를 가진 후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정권에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이 만들어준 531만 표 차의 승리를 전리품으로 착각하고, 국민의 진정한 부름이 무엇이었는지 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정 개편을 앞두고 ‘우리 몫 갈라먹기’와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 지키기’에 골몰한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젊은 세대에 다가가 욕을 먹어가면서 설득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웰빙족 체질에, 당내정치 논평정치 표정관리의 정치나 하면서 국가적 과제를 실천하는 데는 뒤로 숨는 보신적 행태가 만연해 있다. 영남지역 기반에다가 충청권에까지 어필할 수 있는 정치공학적 설계만 하면 집권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정치인도 수두룩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을 부러워하거나 인재가 없다고 탄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하늘은 군주를 위해 인재(人材)를 낳아주지 않고, 목수를 위해 재목(材木)을 만들어 주지 않는 법이다. 지도자 스스로 인재를 찾고 만들어내야 한다. 대통령부터 대선 이전에 알았거나 대선 때 도왔던 사람들만 돌려쓰는 회전문 인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인재 부족을 탓한다면 진정한 인재들의 냉소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가 호전됐다지만 서민의 삶은 힘들기만 하다. 집권 여당이 선거 패배 이전이나 이후나 다름없이 계파 간 밥그릇 싸움이나 벌인다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한 고난을 회피하는 정치인도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조할 수 없다. 헌신하지 않는 정치는 감동이 없으며, 감동 없는 정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낮은 곳으로 다가가는 실천적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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