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은 6·2선거 결과 誤判말라

  • 동아일보

북한 김정일 집단은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기뻐할지 모른다. 선거를 앞두고 괴문서, 팩스, e메일을 남쪽으로 무수히 보내고 매체를 총동원한 성명 논평을 통해 ‘천안함 조작설’을 유포했다. 이렇게 남쪽 유권자들의 전쟁 불안심리를 키우고 ‘이명박 정권 심판’을 선동한 것이 남쪽의 선거판에서 통했다고 판단할지 모르겠다. 김정일은 이번 선거 결과로 남한 정부의 천안함 사태 대응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거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남한 민심을 뒤흔들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의 착각은 자유지만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를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은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겠지만, 선거가 일단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심적 부담을 덜고 본격적인 대북(對北)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의 대북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 존망이 걸린 중대 안보사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의 못된 버릇을 고쳐 놓을 근본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다소 유약한 태도를 못마땅해하는 민심도 만만찮고, 보수층이 선거 결과를 보고 더 강하게 결집할 가능성도 커졌다. 어느 모로 보나 김정일이 휘파람을 불 처지는 아니다.

김정일로서는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선거에서 민심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절묘한 균형을 취해간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지방선거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두 정부 모두 북한과 잘 통하는 관계였지만 당시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2000년 4월 총선 때는 김대중 정부가 선거 사흘 전에 남북정상회담 계획을 깜짝 발표했고, 2007년 12월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여당은 두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전례를 보더라도 김정일이 한국의 선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별로 없다.

만약 김정일이 또 한번 남한 흔들기를 획책한다면 우리는 북의 주민과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적인 대북 심리전을 언제까지 미뤄 둘 수가 없다. 선거 결과를 오판(誤判)한 나머지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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