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대만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8위로 15단계나 뛰어올랐다. 기업효율은 22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고, 정부효율도 18위에서 6위로 높아졌다.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도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면서 사상 최고인 23위로 높아졌지만 대만의 약진에 비하면 작아 보인다.
올해 1분기 대만의 작년 동기(同期) 대비 경제성장률은 13.3%로 분기 기준으로 31년 만에 가장 높았다. 1분기 민간투자 증가율은 35년 만의 최고치인 37.1%였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6년 만의 최고치인 6.1%, 수출 증가율은 23년 만의 최고치인 24.5%로 전망된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선전(善戰)한 아시아의 ‘4마리 용’(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중에서도 대만이 단연 앞서가고 있다.
대만이 눈에 띄게 도약한 직접적 원인은 2008년 5월 집권한 마잉주 정권의 친(親)기업 정책이다. 대만의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적극적인 기업 지원정책을 폈다. 대만 정부와 의회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춰 올해 1월부터 시행한 데 이어 5월 28일에는 다시 17%로 3%포인트 추가 인하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법인세율을 8%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정보기술(IT)산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에다 철저하게 ‘윈윈 방식’으로 진행되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기업에 대한 감세(減稅)를 추진했다. 종전 25%였던 법인세율을 지난해 22%로 낮춘 데 이어 올해 20%로 2%포인트 추가 인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이 ‘부자(富者) 감세’로 낙인찍으며 비판하자 여야는 지난해 말 법인세율 추가 인하를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법인세율 22%인 한국과 17%인 대만 중 글로벌 기업들이 어디를 더 선호할지는 분명하다.
고속 성장을 하는 나라들이 기업친화적 정책을 펴는 것은 기업이 잘돼야 결국 국민과 국가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마 총통은 “국가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은 기업의 약진 덕분”이라며 기업에 공을 돌렸다.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를 기업에 대한 특혜로 몰아가는 포퓰리즘에 국가정책이 끌려다니다 보면 기업들이 둥지를 다른 나라로 옮겨가고 일자리도 함께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