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덕영]첨단기술 엑스포서 ‘김일성 우표’ 파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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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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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상하이 엑스포장 내의 북한관.

외벽에는 대형 인공기가 그려져 있고, 인공기 바로 위쪽에는 한글로 ‘조선’이라는 국호가 선명했다. 국호 아래에는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좋아하는 ‘내 나라 푸른 하늘’이라는 노래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시관에 비해 무척 아담한 크기의 북한관으로 들어가자 ‘주체’라고 쓴 4.5m 높이의 주체사상탑 모형과 그 뒤로 걸린 도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안내원을 찾아가 탑에 대해 묻자 안내원은 신난다는 듯 설명을 했다.

“높이가 170m예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석탑이란 말이야. 그 뒤쪽은 평양인데, 미국 놈들이 전쟁 때 폭탄을 수백 개씩 떨궜단 말이에요. 평양이 잿더미가 됐어요. 미국 놈들이 항복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평양은 백 년이 지나도 재를 털고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러나 우리는 재를 털고 있어났다 이거예요.”

북한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엑스포에 참가했다. 그렇지만 첨단 기술과 문화를 선보이려 경쟁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보여줄 게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리랑’ 공연과 김일성종합대 등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TV로 틀어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북한관을 찾은 중국인 왕옌 씨(27·여)는 “콘텐츠가 매우 간단해 중국의 1960, 70년대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출구 쪽으로 가니 우표 등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첨단 기술을 전시한다는 엑스포장에서 우표를 판매하는 게 이색적이어서 판매원에게 우표가 잘 팔리는지 물었다.

“수집가들 중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김일성) 장군님 우표가 잘 팔립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줄곧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던 이 안내원은 “우리는 날조라고 생각한다”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전문가도 원인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옆에 있던 다른 안내원은 “‘다른 나라’라는 게 당신네 할애비겠지. 손주 역성드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안내원은 대화 도중 미국을 ‘한국의 할애비’라고 여러 차례 표현했다.

북한관의 주제는 ‘인민의 락원’이었다. 하지만 북한관을 둘러보면서 북한이 낙원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대신 곳곳에서 드러난 ‘장군님 찬양’은 엑스포장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참담한 지금의 북한 현실을 떠올리면 오히려 반어법같이 느껴졌다. 북한을 낙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상하이에서

유덕영 산업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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